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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Dec 02. 2024

나의 첫 번째 고백, 오빠 너무 잘생겼어요

##7.나의 첫 번째 고백, 오빠 너무 잘생겼어요



모든 사람들이 칭찬에 약하다.


특히나 내가 살면서 느끼고 배운 점은 모든 사람들 중에서도 우리 남편은 특히나 칭찬에 약하다.

멋있다 멋있다 잘한다 잘한다 우쭈쭈~~

해주면 참 좋아한다.


남편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남들보다 특히 아주 더 그런 면에서 남편을 구슬리기에 최적화된 남자란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남편을 내 남자로 만들기 위해 첫 번째로

너는 정말 멋진 남자야~

내가 만난 남자 중에 최고야!

어떻게 내가 너 같은 남자를 만날 수가 있었을까?


폭풍 립서비스하기!


두 번째로는

나의 지랄 맞은 예민 까칠 성격은 쏙 감추고

이해심 많고 배려심 많은 척 하기,

남자를 위하는 게 몸에 베여있는 옛날 우리네 엄마 같은 희생적인 여성의 모습 장착하기,

혼자 살며 익힌 요리실력 뽐내기,

지혜로운 여성인척 하기,


를 내세워 송찬호를 내 남자로 만들어 보기로 작전을 세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순수한 남자는 내 이럴 줄 알았다.


진짜 순진하고는 거리가 멀~~ 지만

나를 만나면 자꾸 본전 생각하며 늑대같이 어떻게 오늘은 손 한 번 잡아볼 수 없나 생각하는 능구렁이 같은 남자지만


좀만 우쭈쭈 해주면 곰새 헤벌쭉 해져서 칭찬에 하늘을 날아가는 순수 그 자체인 이 남자 너무 재밌다.


남편은 같이 사는 지금도 최고의 약점이 폭풍칭찬이다.


“여보 내가 일부러 장난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기분이 좋아? 칭찬 들으면 뭐든 그렇게 다 해주고 싶어?”


“응 기분 좋아~ 설거지 말고 뭐 더 할거 있어?”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줬으면 할 때에도 나는 말한다.


오빠 설거지는 대회에 나가도 된다.

나보다 잘한다. 설거지 이렇게 잘하는 남자가 또 있을까? 몇 마디만 해줘도 온갖 집안일을 다 해주는 남자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네 번째 데이트에서 급한 성격대로 남편에게 고백을 준비했다.


내 머릿속엔 지난번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이미 지워진 지 오래. 당당한 고백만 준비되었다.


남편에게 준비한 고백 멘트는

“ 오빠가 점점 좋아졌어요. 우리 진진하게 한번 만나봐요~~  나는 오빠랑 함께 다닐 때 뭔가 대단히 뿌듯해요.

너무 훈남이에요~ 잘생긴 남자랑 같이 다녀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나를 다 부러워하는 거 같아요~“


(하하하하하 어깨가 흘러내리는 넙데데한 그 남자 어디 갔냐고요~ 그사이 내 눈이 많이 이상해졌네요. )


(다른 것도 아니고 외모에 반했다고 고백했어요!

이 남자는 아마 이 고백이 최고의 감동이었을 거예요!)


그러나 이 멘트가 지금까지 저를 괴롭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무튼 세상 오글거리는 멘트도 할 줄 알고 뭐든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 여기서 제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역시.

자아도취에 심취한 이 남자.

내 말에 진심으로 수긍하고 있다.


고개를 끄덕거린다.

술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남편은 빨갛게 물든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난 옅은 미소를 장착하고 대답한다.


“내가 또 어딜 같이 다녀도 부끄럽진 않은 몸이지”


또 시작이다.

그 잘 난 10년짜리 알통 자랑.


나는 그새를 노칠새라 쉬지 않고 입을 연다.


“오빠는 참 성실해요 어떻게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해요? 회사일 하랴 아들 돌보랴 언제 이렇게 운동을 해서 30대 중반에 이런 몸을 유지할 수 있어요? 역시! “


짝짝짝!! 환한 미소와 애교 섞인 박수까지 보너스로 날려준다. 와우 거의 성공이야!


이날 우리는 안산에 유명한 닭발 맛집이라고 소문을 듣고 닭발 맛집에 찾아갔다. 아뿔싸 맵기로 소문난 집이란 사실은 몰랐다.


나는 한 개 먹고 포기할 만큼 매운 닭발을

나의 폭풍 애교 섞인 칭찬고백에 남편은 다 먹어 치우려고 작정하고 있었다.

그날 상남자스러워 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 눈엔 상남자와는 거리가 멀고도 멀었다.

터질 거 같은 빨간 얼굴에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오는 듯이 땀을 흘리며 몸은 고통에 몸부림치나 마음만은 기쁨에 출렁이고 애써 덤덤한 척 허세로 먹어대는 그의 고통을 바라봐야 할지 멈춰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빠 매운걸 이렇게나 잘 먹어요? 근데 속이 내일 힘들 거 같아요 그만 먹지 그래요?”


나의 이 말을 기다렸는지 남편은 당장에

“그럴까? 더 먹고 싶은데 속 버리겠지?”

하고 닭발을 먹던 비닐장갑을 벗어던졌다.


그러곤 남편도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가 나이트라는 사실에 비해서 나와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참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나 남편이 매우 착각하고 있었던 한 가지.


그동안 만났던 여자들에게 잡혀 살던 남편은

나와 만나면 본인이 큰소리 떵떵 치고 나는 남자에게 참 순종적인 여자일 거라는 커다란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내 계획에 정확히 넘어가는 중이다.

이 순수한 남자는 그런 줄도 모르고 쿨하게 만나보자 대답했다.


오케이 작전 성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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