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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Oct 03. 2019

맥파이 살인사건

오랜만에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풍의 고전적이고 풍속과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진 그런 영국스러운 소설.

앤서니 호로비츠라는 작가도 나는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 살펴보니 이 소설 말고도 꽤 많은 책과 각본을 쓴 사람이었다. 이 책은 액자 형태로 되어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크리스티 풍의 옛날 이야기 하나와 현재 영국의 출판계를 배경으로 두번째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아주 짜임새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두 이야기가 모두 탐정소설, 영국, 출판, 책 쪽에 관련된 배경이다보니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도 어딘지 모를 헛헛함이 느껴진다. 내가 관심있고 편안한 세계는 항상 책 속에만 있고 나의 현실에서는 그런 요소가 없기 때문에. 나도 탐정소설은 이제 읽을만큼 읽은거 같은데 역시 나는 아주 짧은 이야기도 쓸 수 없는 것일까? 창작의 재능과 감상의 재능은 따로라고 하더니 참 슬픈 일이다. 살리에리의 슬픔이다. 타고난 재능과 감상 인지능력이 적당한 선에서 잘 맞아 떨어져야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거 같다. 

영국의 출판계통에 대해 내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다시 한번 문과생은 인구가 큰 시장에서 태어나는 것이 기회의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제작년 런던에 출장 갈때마다 서점들을 차례로 탐방했었는데 일단 우리나라 말보다 독자가 훨씬 넓은 영어 출판시장의 힘을 느꼈었다. 시대가 점점 책을 버리고 영상과 디지털 쪽으로 가고 있다고는 하나 상대적으로 영미권은 좀 더 늦게 사그러지겠지.

유럽과 미국이 다르면서도 뿌리는 비슷한 하나의 커다란 인구권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느끼는 부분이었다. 삶을 살면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고 정말 큰 일 들은 이미 운명록에 쓰인 대로 결정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내가 선택해야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생각해보면.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취향이 또다른 활기와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도 있고. 나를 비롯하여 살면서 만나보면 사람들은 안 그래 보여도 참 각자가 다르고 맘대로 펼치지 못하는 개성들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대중성에 맞추기 힘든 사람들은 한풀 시든 상태로 살거나 혹은 너무 힘들면 외국으로 나갔다.

유럽사람들이 살면서 여러모로 쉽게 섞이는 것에 비해 우리는 당장 옆나라인 중국이나 일본과도 그렇게까지 쉽게 교류하며 살진 못한다. 역시 통일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우리나라는 너무 좁다.

의외로 이 책이 앤서니 호로비츠의 첫 탐정소설인 모양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가상의 시리즈들이 많던데 그게 진짜 시리즈였다면 당장 가서 구해 읽을거 같은데. 고전이 좋기도 하지만 역시 내가 사는 것은 이 시대이니 잘 어우러진 작품이 더 좋다. 다음 편이 어서 나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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