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01월 15일 월요일
그러니 좋은 책은 알아먹기보단 우선 ‘느껴보기’가 먼저다.
_ 박연준, <듣는 사람>, 24p
영 잘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1월 초부터 그러네요. 이 문장을 읽다가 왜 그런가 별안간 알게 됩니다. 요즘 무언가 느끼는 경험/상황/읽기가 없었어요. 저는 많은 것을 ‘느낄’ 때 - 잘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인데, 자꾸 잊어요. 다행히 박연준 작가님의 신작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되겠네요.
01월 16일 화요일
쓰는 자는 우선 듣는 자임을, 그리고 다르게 보는 자임을 나는 존 버거에게 배웠다.
_ 박연준, <듣는 사람>, 56쪽
듣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어요. 나이 먹는 증거일까요? 이 문장을 적으며 다짐했어요. 더 적극적으로 들을 거야.
01월 17일 수요일
글쓰기는 공들여 말하기, 읽기는 공들여 듣기.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_ 박연준, <듣는 사람>, 11쪽
공들여하는 것 - 뭐가 있으세요?
영 대충대충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공들여, 정성껏,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예술하는 순간을 제 인생에서 더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일단 공들인다는 말을 공들여서 생각해 보려고요.
01월 18일 목요일
기다리다 지쳐 잠든 나를 어른들이 안고 들어갈 때, 나는 반밖에 잠들지 않았으면서도 일부러 곯아떨어진 시늉을 했다.
_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43쪽
이 책이 요즘 가장 큰 오락입니다. 한 줄씩 따라 읽으면 제 어린 시절도 펼쳐집니다. 시골 큰집 뒤에 졸졸 흐르던 시냇가, 증조외할아버지께서 하얀 옷을 입고 갓 쓴 모습, 외갓집에서 큰길로 가는 길 끝까지 피어있던 코스모스. 잘 쓰인 이야기는 다 시들어버린 추억까지 막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만들어주네요.
01월 19일 금요일
내가 왜 ‘결코’가 되었냐면...‘결코....하지 않겠어!’라는 결단을 내릴 때만 나는 나다워진다.
_ 김성중, 단편 <귤락 혹은 귤실> 중, 소설집 <겨울간식집> 91쪽
이 문장을 읽다가 그럼 나는 언제 나다워지는지 궁금해졌다. 이 문장처럼 나를 극단적으로 요약해서 별명을 붙여보고 싶다. 지금 생각난 것은 ‘반드시‘. 고지식한 나, ’이건 반드시 .... 해야하는 거지.‘ 이럴 때 나다운 것 같다. 가끔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 나는 언제 나다운가?
(근데 귤락이란 단어 아셨어요? 귤껍질을 까고 나면 만나는 귤에 붙어있는 그 흰색 섬유질을 뜻하는 말이 귤락이라네요. 소설을 읽다가 새 단어를 알게 되어 공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