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01월 22일 월요일
The best is enemy of the good. 최선은 선의 적이다.
_ 박연준, <쓰는 기분>
Best 말고 good에 만족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 이 문장을 다시 적어 보았습니다. 생활이 영 마뜩잖은 부분이 있는데, 인생에서 best를 뽑고 있지 못해서 생기는 아쉬움인 것 같아요. 저 요새 good인데 말이죠.
01월 23일 화요일
만약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그 이유는 ‘침묵 속 경청’에 있을 것이다.
_ 박연준, <듣는 사람>, 112쪽
남편이 2024년 저에게 바라는 한 가지가 있대요. 말 시키면 제발 대답을 하래요. 제가 자주 듣기만 하고 대답을 안 하거든요. 너무 답답하대요. 미안하더라고요. 이런 말을 가족들에게도 자주 들어요. 문장을 읽다가 내가 왜 안 현명헤지는지 알겠네요. 경청이 없네요.
01월 24일 수요일
사는 게 너무 달아...
_ 김지연, <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소설집 <겨울 간식집>, 351쪽
곧 6개월이 된다. 딸이 태어난 지. 제 아빠가 젖을 물리려고 아기를 나에게 데리고 온다. 이제는 속이 빤해져서 저만치부터 입을 아 벌리고 온다.
뻐끔뻐끔 젖 먹는 것을 보며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다 먹고선 눌려서 한쪽 볼이 빨개진 얼굴로 나를 보고 웃는다. 바로 이어 트림을 한다. 꺼억. 사는 게 달다. 유자차 만치로.
01월 25일 목요일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 밖의 하늘이나 녹움을 보면 줄창 봐온 범상한 그것들 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_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414쪽
1. 며칠째 책이 재미있어서 밤에 잠을 못 자고 있어요. 역시 박완서 님!
2. 내 모국어의 표현이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는지 몰랐어요. 내 말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졌어요.
3. 이 문장에서 말하는 ‘그러한 낯섦’을 느끼고 있어요. 이야기 안에서 일제강점기, 광복, 한국전쟁의 서울 안에 있다가 2024년 내 앞에 펼쳐진 서울을 볼 때의 생경함이 비현실적이에요. 백 년 동안 서울이 겪은 그 사건의 부피가 저를 때리는 것 같아요.
01월 26일 금요일
그건 나의 심신의 중요한 리듬이었다. 박적골이야말로 내 생기의 젖줄이었다.
_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589쪽
여러분의 생기의 젖줄은 무엇인가요?
이 문장을 읽다가 생각해 봤어요. 새벽수영, 읽는 생활, 종이 위에서 글쓰며 생각하는 시간, 딸의 미소, 남편의 유치한 농담, 제철 음식.. 아...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