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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후나 Apr 09. 2024

3월의 밑줄(3/3)

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03월 18일 월요일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_ 이슬아, <가녀장의 시대>, 109쪽


(문장의 맥락 설명: 존자는 슬아의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를 인터뷰한 글을 엄마가 읽자 존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며칠 전 친구를 만나 브런치북에 연재를 끝내는 감정에 대해 말했습니다. 우리는 연재한 이야기들, 그게 아주 예전 이야기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이 문장을 보다가 제가 느끼는 것도 이런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03월 19일 화요일


흥분되는 첫 마음이 지나고 난 뒤에 콘텐츠를 지탱하는 힘은 타인에 대한 상상에서 온다. 수용자에게 어떤 첫인상으로 다가갈지, 그들은 어느 순간에 어떤 마음으로 이 콘텐츠를 선택할지, 보고 난 뒤에 무엇이 마음에 남을지 상상한 만큼 콘텐츠에 힘이 생긴다.

_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 143쪽


저의 모든 결과물들은 시작은 크고 촘촘한데,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헐렁해집니다. 마무리가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을 재밌겠다는 흥분과 즉흥적 기분에 도취되어 시작하고, 그게 떨어지면 그만 두기도 잘합니다. 해결법을 찾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지탱하는 힘이 타인에 대한 상상에서 온다니 그동안 저는 너무 저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 하루에 50페이지씩 아껴 공들여 읽고 있습니다. 읽은 내용을 최대한 자기화해보려고 제 말로 바꿔서 요약도 해보고, 어떤 것은 연습도 해보고 있습니다. (아무 단어 챌린지 등) 생각이 게을러질 때 어느 페이지든 읽기 시작하면 뇌가 예열되는 책이라니! 한 번 읽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업무 시작 전 한 쳅터씩 복습할 겁니다.


03월 20일 수요일


“엄마, 오해는 필연이야. 괜찮아.”

_ 이슬아, <가녀장의 시대>, 286쪽


때마다 부러운 사람들이 있잖아요? 요즘 저는 용기 있는 사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럽습니다. 그게 내공으로 쌓은 것이든, 근거 없는 자신감이든, 내가 가는 길이 맞거든 하고 나가는 기세가 참 좋아 보입니다. 이슬아 작가가 저에게는 그래 보여요. 그러니 악플에 이런 말도 할 수 있겠죠.


03월 21일 목요일


당연시하는 전제를 찾은 뒤에 “정말 그럴까?”라고 덧붙이면서 가급적 많은 문을 열어보는 것이다.

_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 159쪽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내 생각 밖으로 나가고 싶다.


03월 22일 금요일


언어의 세계에 중립이란 없기 때문이다. 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정희진처럼 읽기>의 한 꼭지에서 정희진 선생은 객관성의 신화를 꼬집는다.

_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 173쪽


이 문장이 내 주관적 관점을 써도 된다고, 아니 써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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