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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9월의 밑줄(3/3)

은유와 예소연을 읽은 9월 세 번째 주 기록

by 카후나

09월 15일 월요일 기록


말하기와 글쓰기는 반대의 에너지가 든다.

글은 자기 생각을 의심하는 일이고,

말은 자기 확신을 전하는 일이다.

_ 은유, <다가오는 말들>, 191쪽


09월 16일 화요일 기록


나 같은 요즘 애들은 똑딱 핀을 만들면서 무언가를 도모할 거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뜻이라는 게 있었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뜻, 의지, 그런 것들. 비록 미적지근할지언정. 중요한 건 분명히 그런 게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_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소설집 <사랑과 결함> 244쪽


최연소 이상문학상을 탄 이 짧은 단편을 덮으면서

1. 요즘 애들, 요즘 여자들로 퉁 쳐서 + 옛날 사람들, 꼰대들로 퉁 쳐서 생각하지 말아야지.

2. 한 시대가 그 시대의 ‘요즘 것들‘에 주는 숙제가 있겠구나.

3. 나도 내 장례식에 뭔가 혁명적인 걸 하고 싶다.

09월 17일 수요일 기록


흔히 청소년은 '지금, 여기'의 존재가 아닌 '미래'의 존재로 취급된다. 청소년은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이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 노동자이며, 장차 국가를 이끌어갈 시민이라는 식이다.

_ 이수정 외, <십대 밑바닥 노동>, 204쪽


지난주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온 안내문을 보고 놀랐다. 3층에 비어있는 교실이 있는데, ’빈 교실‘이라고 부르지 말고 교실 이름을 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결정을 유치원 아이들이 직접 하자는 것. 2-6세 아이들이 후보 의견을 내고 투표를 통해 ‘도마뱀 교실‘이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이런 과정을 만들다니! 아직 한 달도 안 되서 분위기 파악 중인데, 앞으로도 놀랄 일이 많을 것 같다.


09월 18일 목요일 기록


근데 말이야. 나이라는 게 사람을 주저하게도 만들지만 뭘 하게도 만들어.

_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사랑과 결함>, 239쪽


이 태수씨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아닌데 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이와 나 너무 깊게 연결되고 싶지 않다. 44세에 어울리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09월 19일 금요일 기록


영원히 살 것처럼이 아니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해솔을 사랑하겠다고.

_ 정대건, <급류>


1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운전하면서 듣기 최고다. 몰입도가 최고! (듣다가 이어서 읽으면 되는 것도 좋더라. 왜 이 기능을 모유수유할 때 몰랐을까? 내 아작난 눈 지킬 수 있었을 텐데)

2 죽음과 사랑은 얼마나 가까운 단어인가!

3 전혀 몰랐던 이 책을 읽게/듣게 해준 팟캐스트 <리딩 케미스트리> 나만 이제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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