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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in Pangyo Jul 10. 2019

워킹맘, 호주에서 불법인 한국의 면접 질문

#엄마라는 페널티, 마더후드 페널티

 

몇 년 전, 제가 이직을 준비할 때 여러 사람들이 저에게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중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이직과 출산에 관한 조언들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제가 아이가 있어서 이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아이가 없는 기혼 여성보다는 차라리 임신과 출산을 끝난 제가 이직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신문에서 많이 접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의심도 들었습니다. 이력서 상에는 결혼 여부나 자녀 여부에 대해서 작성하는 것이 없는데, 워킹맘이라는 것이 과연 이직 여부를 결정할 정도의 큰 요인으로 작용할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즈음 회사에서 우연히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뻐서 연예인처럼 인기가 많던 고등학교 선배가 저희 회사로 이직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점심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선배가 물었습니다.

“근데 은미야, 나 면접 볼 때 이런 것도 물어보더라? 결혼하신 것 같은데 입사하면 올해는 임신하면 안 된다고, 괜찮냐고 말이야. 회사 분위기가 어때?”    


여대생이 들어가고 싶은 회사 1위,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손꼽히는 회사에서도 이직 면접 때 이런 질문을 물어보는데, 다른 곳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업무 경력이나 산업에 대한 이해도, 일에 대한 열정보다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타이틀이 이직에 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비정상회담, 블레어가 말하는 호주에서 불법인 면접 질문




마더후드 페널티 (Motherhood Penalty)

워킹맘이 조직 헌신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학자 셀리 코렐이 진행한 워킹맘과 고정관념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그는 직원 채용 공고를 낸 638개의 회사에 1년 6개월에 걸쳐서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연구를 위해서 가짜로 작성된 이력서에는 실험 조건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의 이름을 사용했고, 자녀 유무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이가 있는 여성이 회사에서 연락을 받은 경우는 아이가 없는 여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를 ‘마더후드 페널티(Motherhood Penalty)’라고 하는데, 여성에게 엄마라는 이름표가 붙는 순간 역량 수준이 낮고 조직에 헌신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적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남성의 경우 그 반대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즉, 아이가 있는 남성은 아이가 없는 남성에 비해 더 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를 ‘파더 후드 프리미엄(Fatherhood Premium)’이라고 하는데, 아이가 있는 남성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마더후드 페널티를 설명하는 한 기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예시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조언과 이 연구 결과는 짝짝 들어맞는다. “승진해서 자신만의 사무실을 갖게 되었나요? 당신이 남성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벽에 걸어놓으세요.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할 거예요. 성실하고 믿음직한 가장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여성들은 이 조언을 따르면 안 됩니다. 아이가 있다는 힌트를 사무실 어디에도 두지 마세요.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마세요. 이 여자는 집에 가서 아이도 돌봐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하니 일에 집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조지선의 ‘셀럽 심리학’- 여성 vs 남성(2)] 마더후드 페널티(Motherhood Penalty), 중앙시사매거진)  


 

2년 전, 마케팅 본부에 새로운 본부장님이 오셨는데 조직 내 유난히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본부장급 자리에 내부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경력직으로 오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더 큰 이유는 그분이 여성이셨고, 그것도 워킹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케팅 본부 워크숍 때 ‘최초 여성 본부장’인 새로운 리더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의 팀장님께서 진행을 맡으셨는데, 화려한 소개를 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객관적 사실 위주의 특별한 색이 없게, 굉장히 무난하고 단조로운 소개를 하셨습니다. 나중에 팀장님께 들어보니, 회사에서 작성해 준 소개 멘트에는 ‘최초 여성 본부장’, ‘훌륭한 여성 리더’라는 멘트가 있었는데, 그러한 멘트는 다 빼고 소개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리더면 리더고, 본부장이면 본부장이지 굳이 ‘여성’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있냐는 것이 팀장님의 의견이었습니다.     



이처럼 ‘여성’이 리더가 된 것이, ‘엄마’가 일을 하는 것이 어떠한 꼬리표가 되어 특정한 고정관념을 형성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딸들은 '여성'이 일을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고, '여성'이 리더가 된 것이 기사거리가 되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가길 바란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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