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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아함 Aug 30. 2023

 지극한 외로움과 위로

수선화에게-정호승


글은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어야 쓰기 좋고 읽기 좋은 글이 된다.  


공감은 누구나 경험하는 공통의 속성에서 비롯한다.

우리에게 외로움과 위로는 상응하는 보편의 정서다.


사람은 근원적으로 외롭다.

신비한 생명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유한한 능력으로 영원이 없는 삶을 산다.


저마다 짊어져야 할 인생의 짐이 있고  짐은 무겁다.


이러한 숙명가운데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지만 마음과 의식 한켠에는 늘 외로움이 잠재한다.  


자신을 세상에 보낸 창조주 신도 우주 만물에 신성으로 깃들어 있을 뿐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합일되지 못한 간극에 외로움이 스민다.


무엇과도 합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분리된 존재는 지극히 외롭다. 


마음 편히 의지할 대상이 없을 때 황량해진다.


런 실존의 외로움을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서 냉철히 간파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에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존재하는 모두가 외롭다는 통찰에 들어서면 물씬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혼자만 외로운 것이 아니니 너무 절망하며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떼어낼 수 없는 숙명의 감정이 외로움이므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누구나 느끼는 보편의 정서인 외로움! 

어렵고 힘든 일을 직면하여 누구도 의지할 대상이 없다고 깨달을 더욱 외로워지리라.

그러나 외로움이 홀로 강인하게 일어서는 힘을 생성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립심도 키워주리라. 


지극한 외로움이 만나는 위로는 생(生)을 살아갈 희망마 안긴.

외로움에 함몰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갈 의지와 새로운 창조를 시도하게 한다. 


*사진 출처 : 커버 / 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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