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마이스타 25화

모두는 영혼에 구김이 있다

eunparang

by 은파랑




모두는 영혼에 구김이 있다


“이미 늦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저만치 앞서가는 경쟁자를 보며 “할 수 없다”라고 단념하기도 했다.


진정 가치 있는 일을 시작하기에 늦을 때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시간제한도 없다.

변화할 것인가 머물 것인가는 오롯이 선택에 달려 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969 生)는 뒤늦게 꿈을 찾았다. 병원에 입원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어머니가 병실로 가져다준 미술책 한 권을 읽은 뒤, 평생 화가로 살았다.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됐다.

건강은 나빠졌고 침대 생활을 해야 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붓을 들 힘조차 없었다. 손이 떨려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붓을 내려놓았고 색종이를 오렸다.

잘린 종이들은 새로운 예술을 창조했다. 어떤 절망도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예술은 앙리의 삶 자체였다. 그림을 그릴 때 그는 가장 행복했다.


살다 보면 우리의 영혼에 크고 작은 구김이 생긴다.

상처, 아픔, 실망, 후회들이 영혼을 찌푸리게 만든다. 하지만 구김에는 우리가 살아온 얘기가 담겨 있다. 성장과 치유의 흔적이고 자체로 소중하다.


우리는 모두 영혼에 구김이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때론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누구나 아름다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28살에 남편 토머스를 만나 고된 농사일로 애들을 키웠다. 세월이 흘러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 수 있는 일이 뜨개질밖에 없었다. 77살이 되던 해 손자가 두고 간 그림물감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다음 날부터 어릴 적 꿈, 화가의 삶이 시작됐다.

할머니가 된 손은 이미 굳어 있었고 처음 그린 그림은 서툴렀다.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잡지 그림을 따라 그리는 수준이었다. 차츰 살고 있는 농장의 일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칠면조. 일상 속 따뜻한 순간을 그리면서 작품은 점점 더 빛을 발했다.


미국 화가 그랜드마 모제스(Grandma Moses, 1860 生)는 79살에 첫 전시회를 열었다.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감동했고 작품은 높은 가격에 팔렸다. 생애 동안 1,600점의 그림을 남겼다.


나이를 먹는 것은 해가 지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상(理想)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늙게 만든다. 세월이 지나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지만 열정을 포기하면 영혼에 구김이 간다. 위대한 삶이란 황혼(黃昏)에 이뤄진 젊은 날의 꿈이다.


은파랑




은파랑 콘텐츠 에세이 '토닥토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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