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사랑은 모두 같지 않다.
어떤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어떤 사랑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 또 어떤 사랑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깊어진. 우리는 이를 성격 차이로 넘기기도 하지만 미국 자기 계발 전문가 존 리(John Lee)는 사랑에 다양한 ‘색채’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사랑의 색 이론(Colors of Love)」에서 사랑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며 사람마다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에로스(Eros)는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이다. 첫눈에 반하고 감정에 빠져드는 사랑이다. 루두스(Ludus)는
게임처럼 가볍고 장난스러운 사랑,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토르게(Storge)는 우정에서 발전한 안정적이고 편안한 사랑이다. 프라그마(Pragma)는 실용적이고 조건을 따지는 사랑이며 마니아(Mania)는 집착과 불안을 동반하는 감정 기복이 큰 사랑이다. 아가페(Agape)는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아무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을 의미한다.
여섯 가지 색은 하나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섞이고 변화한다. 누군가는 에로스와 루두스가 강하고 누군가는 스토르게와 아가페의 조합으로 사랑을 만들어간다.
사랑은 정답이 있는 감정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느끼고 표현한다. 그리고 다양한 색들이 모여 삶을 더 풍성하게 물들인다. 사랑의 유형을 안다는 건 나의 방식과 너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첫걸음이 되는 일이다. 사랑은 오래된 주제이자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 감정의 스펙트럼이다. 누군가에겐 따뜻한 담요 같은 애정일 수 있고 다른 이에게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일 수 있다. 어떤 사랑은 친구 사이의 다정한 눈빛으로, 어떤 사랑은 말없이 건네는 헌신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사랑은 하나의 이름 아래 무수한 얼굴을 품고 있고 모든 얼굴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난다. 애정적 사랑은 시간이 쌓아 올린 벽돌들 위에서 자란다. 오랜 친구나 가족처럼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아는 관계에서 피어난다. 뜨거운 불꽃은 아닐지라도 따뜻한 난로처럼 곁을 데우는 힘이 있다.
미국 뇌신경과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이 사랑을 '친밀감'과 '헌신'이 만난 형태로 설명했다. 삶의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 같은 사랑. 20년 지기의 친구, 결혼 후의 평온한 동행. 그런 사랑이 여기 있다.
열정적 사랑은 감정의 번개처럼 찾아온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눈빛은 서로를 향해 타오른다. 첫눈에 반한 순간, 세상이 잠시 멈추는 듯한 느낌. 설렘과 매혹은 사랑의 불꽃을 피우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그라들기도 한다. 불확실하고도 강렬한 감정 그것이 이 사랑의 본질이다. 불꽃같은 연애, 첫사랑의 기억.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그 시절의 얘기다.
실천적 사랑은 삶과 맞닿아 있다.
가치관이 비슷하고 목표가 비슷한 사람끼리 나누는 현실적 사랑이다. 고대 그리스의 ‘필리아’처럼 우정에서 시작해 삶의 동반자로 이어지는 관계다. 이 사랑은 낭만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다. 서로의 일상에 발을 담그며 긴 호흡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의 삶에 책임을 지고 함께 성장하려는 관계에서 피어난다.
이타적 사랑은 말없이 주는 마음이다.
조건 없는 헌신, 이유 없는 배려. 부모의 사랑이 그러하고 깊은 자선의 마음이 그러하다. 존 리는 이를 ‘아가페’라 부르며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감정으로 보았다. 이 사랑은 자신보다 상대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며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유희적 사랑은 가볍다.
놀이처럼 시작되고 놀이처럼 사라진다. 커다란 책임도, 깊은 헌신도 없는 관계. 그 순간만을 살아가는 감정. 이 사랑은 감정의 즉흥성 속에서 피어나고 때론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짧은 썸, 캐주얼한 연애. 그 안에 있는 자유와 찰나의 즐거움이다.
소유적 사랑은 불안의 그림자를 동반한다.
사랑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는 마음이다. 하지만 욕망은 집착이 되고 두려움이 되어 관계를 조이는 끈이 된다. 상대가 곁에 있지 않으면 공허하고 멀어지면 불안해진다. 감정은 극단을 오가고 사랑은 통제와 의존이 된다.
건강하지 않은 사랑은 결국 자신도 상대도 지치게 만든다. 조건적 사랑은 기대와 대가의 언어로 말한다.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만 주어지는 사랑. 외모나 성공, 성격의 기준이 충족되어야만 지속되는 감정. 이 사랑은 신뢰보단 평가에 무게를 두며 상대와의 관계를 무의식적으로 거래처럼 여긴다. 사랑은 줄 수 있지만 언제든 빼앗을 수 있는 것으로 남는다.
사랑은 언제나 하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애정적 사랑이 우리를 안정시키고 열정적 사랑이 우리를 깨어나게 한다. 이타적 사랑은 삶을 깊게 만들고 실천적 사랑은 삶을 함께 살아가게 만든다. 모든 사랑의 얼굴은 고유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지닌다. 어떤 사랑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사랑이 서로를 존중하게 하고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가의 문제다. 사랑은 우리를 흔들고, 일으키고 성찰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삶을 더 풍요롭고 따뜻하게 물들인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