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마음에 봄을 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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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랑




메마른 마음에 봄을 심는 일


사랑은 때론 기다림이다. 봄을 재촉한다고 꽃이 빨리 피지 않듯 마음의 꽃도 스스로 준비가 돼야 천천히 피어난다. 미국 긍정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은 ‘긍정 정서 확장 이론(Broaden-and-Build Theory of Positive Emotions)’에서 이렇게 말한다.


“작은 긍정의 감정들이 모여 우리의 마음을 더 넓고 유연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관계와 사랑이 서서히 자란다.”


그림 프리다옥


사랑은 격정적 감정 이전에, 따뜻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안부를 묻는 말, 함께 웃는 순간, 사소한 친절 하나가 마음속에 씨앗처럼 떨어진다. 프레드릭슨은 그런 긍정의 정서가 쌓일수록 마음의 공간이 넓어지고, 우리는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준비를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사랑은 그래서 거창한 일보다 일상의 작은 감정에서 피어난다. 억지로 피우려 하지 말고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데우는 일. 나와 타인의 존재를 부드럽게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 마음속에 사랑의 꽃을 피우는 시작이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마음을 먼저 가꿀 줄 아는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꽃을 위해 마음의 흙을 고르게 하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존중에서 시작된다. 사랑이 따뜻한 불꽃이라면, 존중은 불꽃을 감싸안는 유리 돔과 같다. 존중이 없으면 사랑은 바람에 꺼지고, 말라버린 꽃처럼 흔적만 남는다.


사랑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미국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인간관계에서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려는 깊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존중이란 예의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존재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얘기에 마음을 다해 귀 기울이는 태도다. 존중은 말의 온도를 통해 가장 먼저 전해진다. 차갑게 던진 한마디는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는 한겨울에도 봄의 싹을 틔운다.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그 마음, 충분히 이해돼.”


이런 말은 ‘나는 너를 이해하려 하고 있어’라는 조용한 위로가 되어 닿는다.

때론 침묵이 더 깊은 존중이 된다. 무엇을 말하지 않아도 그저 그 옆에 함께 머무는 태도와 고요함 속에서 존중은 자라고 관계는 깊어진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대화를 나눌 때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우리는 종종 말하는 데 집중하지만, 진정한 존중은 듣는 데서 시작된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말 너머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에서 진심은 전해진다.

존중은 상대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공감적 이해’라 부른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려는 마음.


“내가 네 자리에 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

이 한마디는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존중은 말보다 행동으로 전해진다. 차가운 겨울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미는 손길, 긴 하루 끝에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라고 전하는 말. 작은 배려 속에서 진심은 빛난다. 존중은 거창하지 않다. 일상에서 자주 놓치는 작고 소중한 태도에 숨어 있다. 사랑과 존중은 서로를 키운다. 사랑은 존중을 통해 깊어지고 존중은 사랑을 통해 풍요로워진다.


누군가를 존중할 때 그들은 자신을 더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용기는 또 다른 사랑으로 되돌아온다.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의 마음을 바라보자. 그들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감싸안는 시선으로. 우리는 사랑하기에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존중할 때 사랑은 진실해진다.

사랑은 언젠가 피어날 꽃이지만 그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의 흙을 부드럽게 가꾸는 것이다. 거칠게 굳은 감정, 오래 묻어둔 상처, 내 안의 추위를 먼저 알아주는 일부터. 작고 따뜻한 감정들이 쌓일 때 타인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면 먼저 나의 마음이 사랑을 품을 만큼 따뜻한가를 돌아보자. 진짜 꽃은 어느 날 갑자기 피는 것이 아니라, 늘 조용히 내 마음 안에서 자라난다.


은파랑




은파랑 콘텐츠 에세이 '토닥토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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