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사랑은 찬란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첫 눈빛, 떨리는 손끝,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던 마음의 진동. 그건 한 사람의 세계가 또 다른 사람의 세계에 처음 불을 밝히던 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랑은 자란다. 서툰 표현은 다정한 습관이 되고 그 사람의 하루가 나의 일상이 되며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듣는 관계로 깊어진다. 하지만 사랑은 영원히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익숙함 속에서 감정은 무뎌지고, 기억은 빛바래고 사소한 다툼이 마음의 금을 만든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사랑은 이별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자리를 뜬다. 하지만 소멸은 끝이 아니다. 사랑이 남기고 간 감정은 언제나 우리 안에 무언가를 피워낸다. 성장, 이해, 용기, 그리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의 변화. 사랑은 결국 한 사람의 감정이 지나온 연대기다. 피어남과 시듦, 모든 순간 속에 사랑을 배우고 기억을 품은 채 다음 사랑을 준비한다.
사랑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돼, 두 사람의 세계를 서서히 변화시킨다. 처음에는 작은 관심으로 피어나지만, 점차 상대의 말투와 표정, 작은 손짓 하나에도 마음이 얽힌다. 사랑은 시간과 함께 저마다의 색을 띠고 두 사람 사이를 따뜻한 온기로 채운다.
사랑의 탄생은 설렘으로 기억된다. 두근거림, 함께 있을 때의 충만감, 그리고 매 순간이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감정. 짧은 인사 한마디에도 하루가 반짝이고 눈빛이 스치는 찰나에도 세상은 더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탄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멸이라는 다른 장면도 함께 품고 있다. 사랑의 끝은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의 말이 점점 무뎌지고 함께한 시간이 당연하게 느껴질 무렵 사랑의 온도는 서서히 식어간다. 어떤 사랑은 갈등 속에서 부서지고 어떤 사랑은 지친 마음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진다. 때론 누구의 잘못도 아닌 조용한 이별로 사랑이 끝나기도 한다.
사랑의 탄생이 따뜻한 봄이라면 소멸은 고요한 겨울과 같다.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도 지나간 사랑의 온기를 떠올리며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사랑은 성장하게 만든다. 기쁨과 설렘만이 아니라 넘어야 할 고통과 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산을 넘었을 때 비로소 사랑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감정임을 깨닫게 된다.
사랑은 탄생과 소멸의 반복 속에서 감정의 연대기를 써 내려간다. 어떤 사랑은 시작보다 끝이 더 선명하게 남기도하고 끝난 사랑이 남긴 흔적이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를 주기도 한다. 사랑은 관계를 넘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시작과 끝, 모든 순간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상대를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사랑은 삶 속에서 영원히 흐르는 감정의 강이 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