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다.
이 문장은 사랑의 고백을 넘어서 존재의 의미를 말한다. 누군가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행위는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가장 따뜻한 방식이다.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그는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내 마음에 피어난 ‘꽃’이 되는 것. 타인의 존재가 내 안에서 의미를 얻는 순간 우리는 관계라는 기적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엔 아무 의미 없었다.
그는 지나치는 바람 같았고
무수한 얼굴 중 하나였으며
내 삶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그의 이름을 입에 올렸을 때
순간 그는 나에게로 와서
하나의 꽃이 되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의 고유한 빛을 인정하는 일이다.
이 세상에 수많은 이들이 있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비로소 '그'가 된다.
누군가의 누군가가 아니라
나의 마음에 피는 하나의 꽃이 된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누군가에게 불려지기를 바란다.
존재를 인정받고, 기억되고, 사랑받기를
그리고 바람은
이름이라는 작은 불씨 하나로 시작된다.
김춘수 시인은 말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한 문장 속에는
사랑의 시작이 있고
관계의 시작이 있으며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담겨 있다.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삶에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언어가 가진 기적이며
사랑이 가진 힘이다.
당신은 오늘
누구의 이름을 불렀는가
그리고 그 이름 속에서
당신의 마음엔 어떤 꽃이 피어났는가
누군가의 꽃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삶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