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eunparang

by 은파랑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헤르만 헤세의 얘기다.


사랑이란 애써 다가가려는 마음보다

조용히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고요한 피어남을 누군가 한 사람의 시선이 발견해 주기를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 손으로 나를 품어주기를


사랑은 그대가 와서 나를 꽃으로 만든다.



나는 늘 조용히 피어 있었다.

누군가 보아 주길 바라며

하지만 먼저 다가가진 못하고

바람 부는 날, 한쪽에서 흔들리기만 하던 작은 꽃


너무 들이대면 사랑이 달아날까 두려웠고

너무 기다리면 나만 시들어버릴까 외로웠다.


그래서 나는 꽃이 되기를 택했다.

말없이 향기를 품고

언젠가 누군가 그대가

나를 알아볼 날을 상상하면서


사랑은 누가 먼저가 아니라

누가 다정하게 다가와

무언가를 망치지 않고

조심스레 손 내밀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말없이 나를 바라보며

아무런 설명도 없이 손끝으로 나를 감싸 안을 때

나는 더 이상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이 아니었다.


그대의 시선에 의해

그대의 손길에 의해

비로소 나는 나로 완성되었다.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욕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다림 인지도 모른다.


내가 꽃이 되기를 바랐던 이유는

너의 사랑이, 고요한 다가옴이

언젠가 나를 향하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문장처럼

사랑은 ‘붙잡아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혹시 당신 안에도 누군가를 향해 조용히 피어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다.


은파랑




은파랑 콘텐츠 에세이 '토닥토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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