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90 사랑은 엇갈림일까

영화 '갈매기'

by eunring

사랑은 제멋대로 엉키는 엇갈림일까

그리고 운명은 이유 없는 빗나감일까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과

시얼샤 로넌과 빌리 하울의 조합에

아네트 베닝의 원숙한 우아함에 끌려

영화 '갈매기'를 본다


시얼샤 로넌이 연기하는 니나와

빌리 하올이 연기하는 콘스탄틴은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연인이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작가 보리스는

콘스탄틴의 엄마이며 여배우인

이리나(아네트 베닝)의 연하 애인이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총으로 쏘아

니나 앞에 두는 콘스탄틴에게

무슨 의미냐고 묻는 니나는

한참 나중에야 그 의미를 이해한다


'우리 시대가 저무네요'

이리나를 배웅하는 하녀의 말이 쓸쓸하다

'살아있으면 내년 여름에 보자'라는

이리나의 말도 고즈넉하고

지팡이를 잊었다며 짬을 내

니나와 인사를 나누는 보리스


배우가 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겠다는

니나는 보리스에게 '1분만 더'를 원한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한 법이니

두 사람의 앞날은 이미 정해진 셈이다


2년 후 작가가 된 콘스탄틴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니나가 머무르고

짝사랑 같은 건 소설 속에나 있다는 마샤는

콘스탄틴의 마음을 얻지 못해

메마르고 지쳐 보인다


행복하냐는 물음에

결혼했다는 마샤의 대답이 아프다

취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콘스탄틴을 짝사랑했던

그녀의 아픔이 안타깝다


배우가 된 니나는 보리스의 아기를 낳았으나 아기는 죽고 보리스의 마음은 식어버리지만

여전히 보리스를 사랑하는 니나는

사랑을 멈출 수 없다는 콘스탄틴에게

배우가 되고 작가가 되었으니

둘 다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호수를 사랑하며 행복과 자유를 느끼는

갈매기 같은 소녀였던 니나가

총에 맞은 갈매기를 가리키며

무슨 의미냐고 콘스탄틴에게 물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그 갈매기라는 니나


배우 이리나를 동경하고

보리스를 사랑해서 배우가 되었으나

우는 연기와 죽는 연기만 진실했던

니나는 총에 맞고 피를 흘리는

갈매기가 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중요한 건 명예를 꿈꾸는 게 아니라

부단히 버티는 거'라는

니나의 말이 한없이 안쓰럽다

자신을 믿으니 견딜만했다는 니나

그러나 콘스탄틴은

믿음이 없어 견딜 힘이 없다고 한다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하는 니나의

전보다 더 사랑한다는 절절함이

콘스탄틴을 절망에 빠뜨렸을까


'좋았던 때를 기억해

모든 게 간단명료했지'


콘스탄티의 불에 입 맞추고

떠나는 니나와

어둠 속에 남겨지는 콘스탄틴

두 사람은 처음부터 엇갈린 사랑이고

비틀린 운명이었다


원고를 벽난로에 집어넣고

콘스탄틴은 또 한 번 총을 집어 든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갈매기 대신

하늘을 날아오르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콘스탄틴이 엽총으로 생을 마감하는 소리를

왕진가방 에테르병이 터진 소리라는

주치의의 엉뚱한 말에

엄마 이리나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이리나도 엄마이니 본능적으로

자식의 비극을 느꼈을 것이다


'모든 생명은

애절한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 버렸네

이미 수천 세기가 흐르기 전부터

그 어떤 생명체도 나지 않았건만

부질없이 저 달빛만 빛나고 있다'


인간은 외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랑하면서 더 외로워지는 건

인간이 가진 운명인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사랑의 엇갈림

그리고 운명의 빗나감을

갈매기는 알고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다 789 따스한 눈웃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