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49 마법의 시간 속으로
일본 영화 '커피가 식기 전에'
TV로 세계 여행 중에
햇살이 눈부신 발코니 카페를 보며
눈과 마음이 송두리째
습관적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고즈넉한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혼자 멍 때리며 커피를 마시던 일상도
친구들과 둘러앉아 커피 한 잔에
수다 한 접시 하하호호 웃음 날리며
당연하게 머무르던 일상의 시간들도
이제는 꿈속의 시간들이 되어 버렸죠
아련한 꿈같고 꿈이었던 시간들이
아쉽고 그립습니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일본 영화 한 편을 다시 꺼내 봅니다
따스한 커피 한 잔의 향기가
제목에 녹아 있는 영화
'커피가 식기 전에'
과거의 어느 시간 속으로
한 잔의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그 시간 속으로 잠시 돌아간다면~
어느 시간 속으로 가고 싶은지
나는 지나간 시간 어디쯤에
안타까운 마음 한 조각 떨구고 왔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영화
'커피가 식기 전에'를 다시 봅니다
'푸니쿨리 푸니쿨라' 카페에는
커피가 식기 전에 다 마시고 돌아와야 하는
시간 여행 자리가 있습니다
유령이 되어 그 자리에 붙박이로 앉아 있는
그녀가 화장실에 가느라 자리를 비우는 동안
그 자리에 앉으면 과거의 시간 속으로
잠시 다녀올 수 있어요
과거로 돌아가서 무엇을 하더라도
현실은 1도 바뀌지 않고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이 카페에서 나갈 수 없으며
과거에 머무는 시간은
잔에 커피를 따랐을 때부터이고
커피가 식기 전에 다 마시고 돌아와야 하는
제법 까다로운 규칙이 있습니다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붙박이 유령이 되어버린다는 거죠
여름날의 시간 여행자는
남자 친구가 미국으로 떠난
일주일 전 바로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가서
마음에 담아둔 말을 남자 친구에게 건네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 순간의 마음은 변할 수 있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는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다는 거죠
가을날의 시간 여행자는
젊은 나이에 치매가 와서
자신을 앓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대신해
과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
아내의 편지를 받아 돌아오는
남편의 이야기인데요
당신 미래에서 왔구나 하며
삼 년 후 자신이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느냐고
힘들게 하지는 않느냐고 묻는 아내와
괜찮다고 힘들게 하지 않는다며
웃다가 우는 남편의 모습이 눈물겨워요
아내가 전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편지에는
나중에 자신이 남편을 알아보지 못해서
남편 노릇이 힘들어지면 떠나도 된다는
남편 앞에서 환자로 있고 싶지 않고
마지막까지 부부로 있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겨울의 시간 여행자는
부모와 다투고 집을 떠나와
동생에게 부모와 가업을 맡기고 피해 다니다가
동생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슬픈 언니의 사연입니다
그동안 만나주지 않는 언니에게 쓴 편지를
카페에 맡겨 두었었죠
자신을 만나러 온 동생을 만나
제대로 이별하고 싶다는 언니는
죽은 동생을 만나러
과거의 시간 속으로 갑니다
만나러 올 때마다 도망만 다니던 언니는
동생과 마주 앉아 본가로 돌아가
동생 대신 료칸을 물려받겠다고 약속합니다
언니랑 함께 료칸을 운영하고 싶었다는
동생의 마음을 몰랐던 언니는
과거를 바꿔보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동생은 언니를 만나러 오던 길에
사고를 당한 거였으니까요
죽은 사람을 만나러 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며
일부러 알람을 켜 주었는데
동생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언니는 안타까움을 안고
과거의 시간 속에서 떠나옵니다
유채꽃 노랗게 피어난 봄날의 시간 여행자는
카페의 붙박이 여인과 카즈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커피를 따르는 카즈
카페 여주인 카즈의 엄마는
몸이 약해서 자주 아팠답니다
카즈가 엄마에게 커피를 따르며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죽은 아빠를 만나러 간 그 시간 속에서
20년째 돌아오지 않고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앉아 있는 거죠
그래서 카즈의 시간 여행은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갑니다
엄마를 만나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카즈를 위해 남자 친구 신타니가
방법을 찾아냅니다
카즈와 신타니의 딸 미래의 소녀 미키가
카즈에게 커피를 따라주며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오라는
미래의 남편 신타니의 메모를 전합니다
카즈는 과거의 엄마를 만나
식기 전에 커피를 마시게 하죠
엄마는 죽은 아빠를 만나기 위해
과거로 가서 돌아오지 못한 게 아니라
카즈를 만나러 미래로 온 것이었고
몸이 아파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엄마는
카즈가 걱정이 되어 미래로 왔다가
카즈가 커피를 따르다 손을 데는 바람에
커피가 식기 전에 다 마시지 못해
돌아가지 못하고 붙박이 여인이 되었던 거죠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고
돌아오지 못한 이유가
커피를 따라준 카즈 때문이 아니라며
엄마는 카즈가 자라는 모습을
커피라도 마시면서 지켜보고 싶었다면서
카즈를 현실로 돌아가게 합니다
눈물의 커피를 마시고 다시 돌아오지만
그렇게 만나 제대로 작별하고 배웅했으니
커피 한 잔의 마법은 '괜찮아'
바로 그 한 마디인 거죠
십분 남짓 커피가 식기 전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커피 한 잔을 준비하고
가만 눈을 감아요
과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의 마음이 되어볼 수는 있으니까요
한 잔의 커피가 식기 전에
마법의 시간 속으로~
어차피 일어난 일은 바뀌지 않지만
그 순간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
시간 여행 대신 마음 여행 어때요?
커피 한 잔의 시간일 뿐이라도
마음은 변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