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92 그리움 한 잔 하실래요?

일본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by eunring

세상의 끝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어떤 맛일까요?

바닷가 카페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마시는 커피에서는 어떤 향이 날까요?


그녀의 파랑 옷은 그리움의 빛깔이죠

네 살 때 헤어진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버지의 빚과 함께 허름한 창고를 물려받아

요다카 로스터리 카페를 여는 미사키는

파랑 옷을 입고 하늘색 자동차를 탑니다


처음 보는 로스팅 머신을 기관차라고 신기해하며

생두가 볶아지는 모습을 유리창문으로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아리사와 쇼타 남매 곁에서

나도 함께 바라봅니다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콩을 볶으면

파도 소리와 바다 내음이 더해져

어떤 향기가 날지 궁금합니다


바다 풍경이 예뻐요

바닷가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요다카 카페는 상큼한 파랑이고

노을 지는 풍경이 얹히면 더욱 감미로워요

창문 밖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 곁에서 기타를 치는 미사키는

고독하지만 아름답습니다


야마사키 민박에 사는 소녀

아리사도 줄곧 파랑 옷을 입네요

남매를 위해 컵라면을 챙겨두고

가나자와로 일하러 가는 철부지 엄마 에리카는

과자만 먹으면 안 된다는 메모를 남깁니다


급식비를 독촉하러 아리사의 민박집에

가정방문을 왔다가 요다카 카페에 들러

첫 손님으로 커피를 마시고

힐링되는 느낌이라는 메구미 선생님의

그 느낌도 충분히 전해집니다


학교에서 도둑이라고 놀림받으며

미사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아리사와

일을 제대로 하면 돈을 주겠다는 미사키의

만남도 사랑스러워요


핸드드립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리사는

미사키가 건네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예쁘고 사랑스럽게 웃어요

그게 바로 미사키식 바리스타 시험이란 거죠

커피 시음 테스트를 거뜬히 통과하고

아리사는 카페에서 일을 돕게 됩니다


청바지로 만든 두 사람의

바리스타 앞치마가 매력 만점입니다

원두 포장 봉지에 요다카 블렌드 라벨을 붙이고

원두 공부도 하는 아리사 곁에서

동생 쇼타도 일을 하고 싶다지만

커피를 마시고 쓰다며 얼굴을 찌푸려

안타깝게도 시험에 낙방합니다

커피 맛을 알기에 아직 너무 어리거든요


탄자니아 커피는 아프리카에서 온 거라고

아리사와 쇼타에게 커피 이야기를 해주는

미사키는 상냥하고 다정합니다

요다카(쑥독새) 블렌드는

씁쓸하고 묵직한 맛에

달지 않은 초콜릿 맛이라고 하자

귀여운 쇼타가 태클을 걸죠

세상에 달지 않은 초콜릿이 어딨냐고요


일해서 받은 급료로 급식비를 내는 아리사는

마트에서 엄마를 위한 귀고리를 사려다

돈 때문에 오해를 받게 되고

미사키와 에리카의 사이가 틀어지게 되죠


미사키가 아리사에게 카페라떼를 건네며

요다카는 새 이름인데 자신을 닮았다고 하자

도서실에서 쑥독새를 찾아보고

된장 반점이 있고 부리는 납작한 못생긴

쑥독새 동화를 읽는 소녀 아리사는

이미 미사키의 다정한 친구입니다


생두 마대를 입고 노는

어른 미사키와 꼬맹이 쇼타도 귀엽고

엄마 생일 선물로 원두를 사러 온 친구에게

신맛과 쓴맛 중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맛을

찬찬히 물어가며 엄마에게 어울리는

원두를 골라주는 아리사에게서는

어느덧 바리스타의 향기가 납니다


에리카의 남자 친구로 인해 소동이 벌어지고

에리카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미사키는

함께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열어갑니다

'천천히 가늘게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듯이'

에리카에게 핸드드립을 알려주고는

'누군가 끓여주는 커피는 맛있구나'

미사키의 중얼거림에 혼자 웃어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의 정답은

사랑으로 내려주는 커피니까요


커피를 한 모금 머금는 에리카의

향기로운 표정이 아리사와 닮았어요

철부지 엄마 에리카는 손톱 장식을 지우고

가나자와에 일하러 가는 대신

미사키의 요다카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미사키의 아버지가 타고 나가

실종된 배 유타카호의

다른 가족들을 초대해 바닷가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소식에

파도소리가 견딜 수 없다며

하늘색 차를 타고 떠나는 미사키와

안타까움으로 배웅하는 에리카와 아리사와 쇼타

네 사람은 모두 연하고 진한 파랑 옷입니다


닫힌 요다카 카페의 외등 불빛을

그리움과 기다림의 빛으로 저녁마다 밝히는

에리카와 아리사 쇼타의 곁으로

미사키가 다시 돌아올 때도

역시 파랑 옷이네요


요다카 카페의 배경음악은 파도소리

분위기의 빛깔은 파랑입니다

소리는 타닥타닥 타다닥

생두가 볶아지는 경쾌한 소리죠


파랑 옷을 입고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습니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창고 지붕은 더 새파란

바닷가 요다카 카페에서

요다카 블렌드로 한 잔 마시고 싶어요


그리움의 나선을 천천히 그려내는

미사키의 차분한 핸드드립 커피에

파도소리 덤으로 얹어 마시면

향기로운 미소가 절로 피어나

미사키의 바리스타 시험에도

당근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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