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93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친구의 깻잎 반찬에 밥 먹고
어릴 적 놀이 중에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가 있었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다 잠꾸러기
세수한다 멋쟁이
옷 입는다 예쁜이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그렇게 노래하다가
죽었니 살았니 묻고는
죽었다 대답하면 차렷 자세로 동작 그만
살았다 대답하면 재빨리 달아나야
술래에게 안 잡힙니다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움직이거나
달아나다 그만 술래에게 잡히면
술래가 되는 거죠
갑자기 웬 술래놀이?
술래놀이가 아니고
누가 지금 내게 뭐하니? 물으며
밥 먹고 멍 때리며 논다고 대답할 거고
무슨 반찬?물으면 개구리 반찬 대신
깻잎 반찬이라고 대답하려고요
어제 산 아래 사는 친구가
지하철 주욱 타고 강가에 사는
부실한 친구를 만나러 왔거든요
손목이 좋지 않아 무거운 걸 들지 못하는 친구는
강가를 걷자고 해 놓고는 배낭을 메고 왔어요
친구의 배낭 속에는
김치랑 깻잎 반찬이 들어 있었죠
친구도 나처럼 꽝손이라 솜씨 별로인데
지인에게 얻은 반찬을
나눠먹자며 갖다 주었어요
친구가 나눠준
깻잎 반찬에 밥 먹으며
괜히 콧날이 시큰~
깻잎 반찬 맛이 어떻더냐 누가 물으면
시큰하고 뭉클한 맛이라고
대답하게 될 것 같아요
어제 친구랑 걷던 강변길에
오늘은 찬바람이 가득합니다
햇살 눈부신 창 밖을 내다보며
멍 때리며 노는 나른한 오후
친구는 지금쯤 둘레길 걷고 있을까요?
날 풀리면 내가 지하철 주욱 타고
산 아래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