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8 티격태격 심쿵 로맨스

휴고 볼프 '이탈리아 가곡집'

by eunring

새하얀 커피 꽃은 바라지도 않고

새빨간 커피 체리도 꿈꾸지 않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집 베란다의 커피나무 한 그루는

초록 이파리만 나날이 무성합니다


커피나무도 봄을 타는지

돋아 오른 새 이파리 두 개가 나란히

얼굴빛이 카키색이 되었어요

시름시름 봄 앓이를 하는 걸까요

티격태격 사랑앓이를 하는 것일까요

빛이 변한 이파리를 한참 들여다보며

눈으로 다독이다 들어와

휴고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을 듣습니다


휴고 볼프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랍니다

자유분방하고 격정적인 성격으로

고독하고 고뇌에 찬 삶을 보낸 그는

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후기 낭만주의 음악가로

독일 가곡의 천재라 불린다죠


곡의 가사를 조합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는

스스로를 작사가라고 할 정도로

함축적인 시의 의미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하는 것을

자신의 일이라 여겼답니다


소프라노의 다채로운 표정과

청아한 목소리에 이어지는

테너의 맑고 깔끔한 목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한 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고

노래 연극 같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시를

독일어로 번역해서 작곡한 노래들이

연인들의 티격태격 심쿵 로맨스를

감미롭고 서정적으로

때로는 격정적으로 그려냅니다


사랑에 빠진 남녀의 달콤하고 설레는

첫 만남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사소한 오해와 다툼을 겪고

그러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하죠

불평과 토라짐에 이어지는 화해의 모든 과정을

46곡의 사랑 노래에 담았답니다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알콩달콩 티격태격

달콤 쌉싸래한 시적 표현도 아름답고

토라지고 앵돌아지는 모습도 재미납니다


'오늘 밤 자정이 되어 나는 일어났어

내 마음이 가슴을 빠져나간다 너를 보려고

당신 집이 유리처럼 비쳐 보인다면

삼월의 강물보다 더 많은

얼마나 많은 눈길을 그대에게 보냈을까

빗방울보다 더 많은 눈길로

얼마나 많은 눈길로 그대를 마중 나갔을까'


연인을 향하는 애타는 마음이

애틋한 빗방울처럼 흐르기도 하고

초록옷을 입은 연인을

사랑의 눈길로 어루만지는

눈부신 초록 예찬도 흘러나와요


'초록은 복되도다

초록옷을 입은 이도

초목도 초록옷을 입고

내 눈의 사랑도 초록으로 차려입었구나

초록옷은 내 사랑 연인도 입었구나

초록빛에서 모든 과일이 영글어가는구나'


그러다가 군인이 되어 떠나는 연인을

눈물로 배웅하기도 합니다

'들었어요 먼 곳으로 떠나신다고요

눈물로 당신 가는 길 적시고 싶은데

날 기억해줘요 잊지 말아요

전장으로 나가는 젊은이들아

그는 아직 아가라 금세 감기 걸릴 거야

그를 달빛 아래 재우지 마'


군인이 되어 떠나는

남자의 비장함이 뒤를 잇죠

'내가 죽으면 나를 꽃으로 덮어줘'

저 담장 너머에 나를 가만 뉘어

오든 바람 불든 니는 기꺼이 죽을래

볕 들고 바람 부는 곳에 나를 묻어줘'


전쟁터에서 남자는 무사히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요

'사람들이 말하네요

당신 어머니가 원하지 않는다고

어머니 말 귓등으로 듣지도 말고

내게 와요'

이 노래에서 웃음이 푸훗~

모든 로맨스는 장애물 경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웃어봅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연인들의

애틋한 노래가 뒤를 이어요

'내 사랑이 달빛 내리는 집에서 노래하네

침상이 넓은 강물이 되도록 울었다오'


그럼요 울고 웃고 다투고 화해하는 것이

로맨스의 정석이니까요

'연인아 왜 그리 열을 내며 분해하는 거니

우리 둘은 오래도록 말이 없었네

달이 무거운 탄원을 올려

네가 날 스치는 시선에 웃음 실어 보내면

크나큰 사랑에 내 맘 뛰쳐나가려 할 때

내 심장이 내 가슴속에 잘 들어있게'


간절한 사랑은

드디어 약속의 열매를 맺어요

'그 머릿결 바람에 움직이는 황금 실타래처럼

황금실 비단실 셀 수도 없이

머릿결 아름답구나

그 주인 또한 빛나는구나

네 금발머리를 들거라

그리고 잠들지 마라

중요한 네 마디만 할게

내 마음 깨졌어 너에게 속하고 싶어

나를 붙잡아달라고 명령할게

내 영혼은 너만 사랑해'


두 연인은 마침내

사랑의 맹세로 화해하고

'자그만 것들이 우리를 황홀케 하고'를

행복한 이중창으로 마무리합니다

우여곡절의 파도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자그만 것들도 값질 수 있다네

올리브 열매와 장미꽃은

작지만 향기롭고 사랑스럽다'라고

노래하며 해피엔딩~


우리 집 커피나무도

꽃과 열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초록잎 무성한 해피 나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피 커피 한 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37 아련한 감성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