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1 봄날을 적시는 아름다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은
이루지 못한 쇼팽의 사랑이 담긴
아름다운 곡이랍니다
서로 마주 보며 주고받은
눈부신 햇살 같은 사랑이 아니라
혼자 마음속에 고이 간직한
애잔한 달빛 같은 사랑이래요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답니다
열아홉에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하고
스무 살에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했는데요
푸르른 열아홉 살 쇼팽은
폴란드 음악원 학생이던 콘스탄치아를 향한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말로 고백하는 대신
피아노 협주곡으로 표현했다죠
한마디 말을 건네보지도 못하고
마음에 간직한 짝사랑의 수줍은 열정이
전하지 못한 사랑의 편지처럼
두 피아노 협주곡의
느리고 애잔한 2악장에 담겼답니다
작곡 순서는 2번이 앞서지만
쇼팽이 연주회에서 1번을 자주 연주할 정도로
1번이 더 마음에 들어 먼저 출판했기 때문에
작곡 순서와 출판 번호가 바뀐 거랍니다
봄날을 적시는 로맨틱한 피아노 연주가
봄꽃처럼 설레고 봄바람처럼 애틋하고
봄날의 하늘을 잔잔히 흐르는
새하얀 구름송이처럼 사랑스럽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수줍은 열정이
물안개처럼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것 같아요
1악장의 반짝반짝 영롱함에 이어지는
2악장 로망스:라르게토는
쇼팽이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낭만적이고 조용하며 반쯤은 우울한 마음으로
즐거웠던 무수한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어
아름다운 봄의 달빛이 아롱지는 밤처럼
그려내고 싶었다'라고 썼답니다
느리고 아름답게 흐르는 2악장은
봄날의 고즈넉한 밤에 어울리는 선물입니다
깊고도 차분하고 아름답게 흐르는
달빛의 강물 같아요
쇼팽이 우리에게 선물한
사랑스러운 순간이지만
정작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고 해요
클알못 내 귀에 둘 다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의 감성이 일렁이는데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이
영롱한 슬픔으로 애틋게 반짝인다면
2번 2악장은 울먹이듯 애절하게 찰랑입니다
봄바람에 벚꽃비 흩날리기 전에
봄날이 더 나른해지기 전에
개나리 초록 잎새 배시시 돋아나기 전에
다시 쇼팽을 듣고 싶어요
2번을 먼저 듣고
1번을 나중에 들으며
풋사랑으로 끝난 짝사랑
수줍은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이
어떻게 정화되고 승화되어 그려지는지
귀 기울여 듣고 싶습니다
연주는 물론 초팽의 연주로요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가 연주한 곡이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는데요
쇼팽의 환생이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으나
그는 그렇게 불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죠
그러나 나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을 때만은
그를 초팽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괜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