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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12 하늘 나무 구름꽃

감성 품은 매화나무

by eunring

산 아래 친구가 보내준

한 장의 봄날 가득한 사진 속에서

하늘 향해 발돋움하는 오래된 매화나무가

송이송이 하얀 꽃송이로 무성합니다


매화나무를 품고 있는

새파란 하늘도 한 그루 나무인 듯

몽글몽글 새하얀 구름꽃을 피우고 있어요

하늘 매화 그리고 구름꽃이

봄 나들이 나온 한 가족인 듯

정겨워 보입니다


눈 속에서 맨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는

향기로운 꽃이 피면 매화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면

한 그루 든든한 매실나무가 됩니다


새콤 살구랑 달콤 자두와 함께

장미과의 벚나무 속에 속하는데요

꽃도 곱고 열매도 두루 쓰임새가 많은

매화나무를 화괴(花魁)라고 부른답니다

꽃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래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봄을 알리는 매화는

꽃이 일찍 핀다고 해서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피는 꽃이라 동매(冬梅)

하얀 눈이 다 녹기도 전에 피는 꽃이라

설중매(雪中매)라고도 부른답니다


흰 매화는 백매(白梅)

붉은 꽃은 홍매(紅매)라고 부르는데

흰 매화는 벚꽃이랑 비슷해서

헷갈리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화는 꽃잎과 꽃받침이 동글동글

타원형 꽃잎 끝이 오목한 벚꽃과 구별이 되고

꽃자루가 벚꽃보다 짧아서

매화는 가지에 딱 붙어 피어난 모습이래요


봄에 꽃소식을 알리는 바람 중에

매화풍이 가장 먼저 분다는 말도 있고

매화가 피고 매실이 열리는 것으로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매실이 익은 정도에 따라

비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답니다


음력 3월에 매실이 익는 것을

기다리며 내리는 영매우

매실이 노랗게 익을 때 내리는 황매우

음력 5월 매실이 떨어질 때

내리는 비는 송매우

장마가 매실이 익을 무렵 시작하기 때문에

장마를 매우(梅雨)라고 하거나

매림(梅霖)이라 부르기도 했다죠


옛사람들의 아날로그 감성이

매화나무에 송이송이 꽃처럼 맺혀 있어요

추위를 견디며 피어나는 강인한 매화는

사군자에서 봄을 가리키는 꽃이고

맑고 고결한 품격을 간직한 꽃이라

선비들이 귀하게 여겼답니다


산 아래 친구가 사는 동네

몇백 년 나이 먹은 보호수 매화나무는

사진 속에서 맑고 은은한 향기 가득합니다

친구도 그립고 매화나무도 보고 싶지만

봄꽃도 한때 매화도 한철이니

바람에 매화꽃 흐트러지기 전에

동네 한 바퀴 돌며

꽃들이랑 눈 맞춤이라도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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