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록의 시간 13 음식에 깃든 사랑의 힘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by eunring

열두 살 소년 요리사

에이브가 사랑스러워요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노아 슈나프'가

감성 셰프 에이브를 연기합니다


이스라엘인 엄마와

팔레스타인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에이브라함 솔로몬 오데'라는 이름과

'에이브'라는 애칭을 가진 열두 살 소년은

생일 케이크도 세 가지 이름으로 받는답니다

에이브라함이라는 이름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각각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래요


예쁜 색감과 다채로운 분위기를 지닌

요리들의 비주얼에 기분이 좋아지고

음식에 깃든 사랑의 힘으로

눈이 즐겁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를

활짝 펼쳐봅니다


음악도 감각적이고

화면도 상큼하니 감성적이

사랑스러운 소년미 뿜뿜 에이브 덕분에

기분이 절로 유쾌해지는 영화랍니다


엄마와 아빠는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에이브를 키우지만

친가는 무슬림계 외가는 유대계인 까닭에

에이브를 부르는 이름이 제각기 다르듯

두 가족이 모이면 조용하기가 쉽지 않아요


밥 먹으며 친해진다는데

에이브네 두 가족은 식탁에서 다투기 일쑤라

에이브의 생일파티까지 엉망이 됩니다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기 도무지 어려운

두 가족의 티격태격 다툼으로

함께 하는 식사 모임은

늘 다툼의 자리가 되어버리니까요


요리에 관심이 많은 에이브는

라면 타코를 만들어 들고

퓨전 요리가 특기인 치코 셰프를 찾아갑니다

브라질에서 온 치코 셰프는

맛을 잘 엮으면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식탁에서는 마음이 하나가 되고

친해질 수 있다고 믿는 요리사거든요


에이브가 가방을 조리대 위에 놓으려 하자

아래에 내려놓라는 치코 셰프는

일단 내 마음에 합격~

식탁이나 조리대 위는 정갈해야 하니까요


라면 타코를 만들어왔다는 에이브에게

퓨전과 혼란을 섞었다며

제대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다음에는 먹을만한 걸 만들어 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데요


보조 셰프가 만든 소스를 단번에 알아맞추고

스리라차 소스에 라임 한 방울 넣으라는

에이브의 멘트 눈을 빛내며

주중에 도우러 와서 몇 가지 배우라고 합니다


여름 캠프는 캠프 티셔츠만 챙겨 입고 패스~

대신 공유 주방으로 요리 캠프를 가는 에이브는

설거지에 쓰레기 버리기 등등

요리의 기초부터 빡세게 배워나갑니다


'셰프 인생 겁나 힘들지만

캠프보다 낫다'며

에이브가 인별에 올리는

쓰레기 인증샷에 웃음 푸훗~


엄마에게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요리 수첩을 물려받으며

외할머니를 추억하는 에이브는

마침내 레모네이드 담당이 되어 우쭐하지만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는 에이브에게 건네는

'종교는 우리를 갈라놓을 뿐'이라는

동료의 한마디 말이 따끔하죠


에이브가 맛있게 내린 커피 한 잔이 부럽고

드디어 칼을 만지게 에이브가

유카를 자르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해요

엄청난 쓰레기를 버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퓨전 요리의 세계로 들어선 에이브는

맛을 엮고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기 위해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다섯 가지 기본 맛을 익히며

마음속에 맛의 지도를 그려나갑니다


'종교는 복잡하지만

덕분에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다'라는

엄마의 이야기도 새겨들을 만합니다

무신론자 아빠와 엄마의 다툼 속에서

무슬림 따르자니 유대교가

유대교 따르자니 무슬림이

둘 다 따르면 아빠가 화를 내고

둘 다 따르지 않으면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에이브의 혼란도 안타깝습니다


친가와 외가 두 가족의 밥상 다툼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아 실수하는 에이브에게

치코 셰프가 말합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땐 요리하면 안 돼

요리에 다 드러나거든'


남은 레모네이드로 에이브가 만든

타임을 넣은 아이스바를 먹고는

웃으며 마음에 든다는 치코 셰프는

브라질 고향 생각이 난다며

에이브에게 선뜻 다음 미션을 줍니다


외할머니가 남기신 이스라엘 요리 수첩에

할머니의 팔레스타인 요리책까지 빌린 에이브는

공유 주방 18일째 드디어 자신만의 타코를 만들어 셰프 앞치마를 선물 받고 팀에 합류하며

환영의 박수까지 받고

새처럼 기분 좋게 날아오르죠


그러나 여름 캠프 대신

공유 주방에 다닌 것이 들통나

위기에 처하는 에이브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당하고

개학 전까지 외출을 금지당합니다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다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돌려받은 에이브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들으며

팔레스타인 음식과 유대인 음식으로

'에이브의 셈족 스타일

추수감사절 깜짝 만찬'을 기획합니다

친가와 외가 종교가 다른

두 가족을 초대하는 에이브의 재치 만찬이

조마조마하지만 깜찍하고 사랑스러워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늘 현실로 다가오죠

에이브의 요리로 화해는커녕

두 가족의 말다툼이 이어지자

상처 받은 에이브는 달아나고

오븐의 칠면조는 까맣게 타버리고

집 나간 에이브를 찾아 나서는

가족들의 마음도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에이브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에이브의 빈자리에서

두 가족은 비로소 서로를 다독입니다


냉장고 안에는 에이브가 만든 음식이 한가득~

먹고 힘을 내자며 에이브의 음식을 챙겨 먹고

맛있다며 에이브의 인별을 보는 가족들은

에이브가 공유 주방에 있음을 알게 되죠


에이브는 공유 주방에서

치코 셰프에게 하소연합니다

'음식을 섞어 하나로 엮었는데

가족들의 마음은 하나로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망쳤다며 자신 때문에

다툼이 일어났다'는 에이브에게

문제가 생기면 피하지 말고 마주하라고

치코 셰프가 말합니다


'화합이 안되더라도 너답게 있으라'는

치코 셰프의 말이 정답이죠

부모님의 품에 안겨 우는 에이브 덕분에

두 가족은 비로소 화해를 하고

설거지 더미 사진에 덧붙인 에이브의 멘트는

'때로 인생은 추해진 뒤에야 다시 깨끗해진다'

에이브 많이 컸네요


타코 파티에서 당당히 제 몫을 하는

에이브를 기특하게 바라보는 두 가족에게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 아이스바를 건네는

에이브의 표정이 즐거워 보입니다

에이브의 아이스바를 먹는

가족들의 얼굴에도 행복이 아른아른

사랑으로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누군가는 나를 아브라함

누군가는 이브라함이라 부른다

때로는 아비라고도 부른다

나는 그냥 에이브가 좋다

그냥 에이브~'


행복이 촉촉하게 묻어나는

에이브의 엔딩 멘트를 흉내 내 봅니다

나는 그냥 해피엔딩이 좋다

그냥 해피엔딩~^^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12 하늘 나무 구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