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45 사랑의 묘약
커피 친구 초콜릿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라는
낯익은 아리아가 빗물처럼 흘러내려요
마을의 부잣집 아가씨 아디나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마을 청년
네모리노의 유명한 아리아인데요
어수룩한 그는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사기꾼에게 사랑의 묘약을 사서
겁도 없이 호로록 마십니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제목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거랍니다
오페라에서는 그 누구라도
사랑의 묘약을 먹기만 하면
마음에 둔 그 사람의 사랑을
덥석 얻게 된다는 건데요
어쨌거나 사랑의 묘약 덕분으로
네모리노는 아디나 아가씨의 사랑을 얻고
행복한 결혼으로 해피엔딩이라니~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알고 보니 싸구려 포도주였으나
어리숙한 청년의 진심 사랑이
아디나 아가씨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네모리노가 마신 건
사기를 당한 싸구려 포도주가 아니라
진짜 사랑의 묘약이었던 거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도
사랑의 묘약이 나옵니다
일단 마시게 되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랑에
지배당한다는 사랑의 묘약은
하루를 보지 못하면 병들고
사흘을 못 보면 죽는다는
마법과도 같은 사랑의 묘약이죠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는
정략결혼을 피하려고 마신 독이
하필이면 사랑의 묘약이어서
왕의 조카를 사랑하게 되고
기사 트리스탄은 사랑의 묘약으로
왕의 약혼자 이졸데와 사랑에 빠져
충성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으로 허우적~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받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마침내
죽음으로 비극적인 사랑을
이루게 됩니다
트리스탄이라는 이름은
슬픔이라는 라틴어에서 온 거래요
트리스탄이 태어나기도 전
아버지의 전사 소식에 절망에 빠져
어머니가 트리스탄을 낳자마자 세상을 떠나
슬픔 속에서 태어난 아이라
이름이 트리스탄이랍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대들 두 사람이 지금 마셔버린 것
그것은 바로 죽음'
슬픔 속에서 태어나 슬픔 속으로
사라진 트리스탄의 운명도
사랑의 묘약을 비켜가지 못했어요
우리 가까이에도
사랑의 묘약이 있어요
초콜릿을 사랑의 묘약이라고 하는 건
행복한 느낌을 주는 물질 때문이래요
뭔가에 집중해서 열중하고 몰입할 때
뇌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이
바로 사랑의 묘약이랍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마주 잡을 때
눈에 뽀얀 콩깍지가 쓰여
하트 뿅뿅 핑크 렌즈 가 될 만큼
사랑에 푹 빠졌을 때
퐁퐁 만들어지는 물질이래요
그러나 실연의 늪에 빠지면
만들어지지 않는 성분이라니
그거 참 신기합니다
사랑의 감정을
더 달달하게 해 줄 뿐 아니라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이라서
우울할 때 초콜릿 한 조각은
쓰담쓰담 위로의 손길이 되기도 하죠
카카오나무 열매인
카카오콩을 갈아 만든 분말이 코코아인데
코코아 분말을 물이나 우유에 타서 만든
초콜릿 음료 역시 코코아라고 부르는데요
학생시절 시험공부 한다며
딴생각 딴짓만 하다가 마시던
한 잔의 코코아는
달콤 쌉싸름 추억입니다
그때 딴짓 딴생각 말고
열심 공부했으면
지금이 조금 달라졌을까요
아니 아니 그럴 리 없다고
손사래도 쳐 봅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지금일 뿐~
오늘 내 커피 친구는
보라보라 진보라 초콜릿입니다
가을이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도 같은
빗줄기가 창밖에서 우울우울~
그리하여
기분 전환이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