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44 햇살에 여물어가는 사랑
아기 밤송이들에게
덥지 않니?
햇살이 뜨겁진 않니?
친구님이 산책길에 찍은
아기 밤송이 사진을 보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바람이 산들산들 지나가며
이마에 흐른 땀방울을 다정히 닦아주니?
잠시라도 바람의 다정한 손 끝이
네 곁에 머물러 다독여주니
조금은 덜 심심하고
바람이 전해주는 세상 이야기에
가만 귀 기울이다 보면
고개 끄덕끄덕
다정한 위로가 되긴 하니?
연초록 아기 밤송이들이
잘랑잘랑 웃으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견디는 것도 공부라고
따가운 여름 햇살이 알려주어서
밤송이들도 여린 가시 비죽 내밀며
따끔따끔 아프게 여물어 가고
버티는 것도 세상살이라고
스치는 바람에게 어깨너머로 배웠다며
아기 밤송이들이 사랑스럽게 웃어요
스쳐 지나는 바람의 이야기가
그립고 반갑기는 하지만
제법 까슬까슬해진 밤송이 가시에
바람의 여린 손끝이 행여 다칠까 봐~
바람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아직 덜 여문 밤송이 툭 떨어질까 봐~
서로를 아끼고 조심하느라
더 애틋하고 안타까운 만남이라며
아기 밤송이들이 배시시 웃어요
그렇군요
머무르는 햇살도 지나가는 바람도
여린 가시 돋친 아기 밤송이들도
서로를 위해 거리두기를 해야 하네요
그립고 반갑다고 덥석 다가서다가는
서로의 여린 마음을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적당히 떨어져서 서로를 바라보고
햇살과 바람의 어깨너머로
사랑하는 마음도 배우고
그리워하는 법도 배우며 여물어가는
아기 밤송이가 기특하고 대견해서
토실토실 알밤이 될 때까지
지치지 말고 잘 지내자고
손을 흔들어 봅니다
사랑스러운 아기 밤송이를 바라보며
그 곁에 잠시 바람처럼 머물렀을
친구님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오늘도 건강히
내일도 평온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