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49 빗방울 톡 그리움 톡톡

쇼팽의 눈물비 '빗방울 전주곡'

by eunring

청량한 빗방울 소리 대신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매미 울음소리까지도 유난히 뜨거운

여름 한복판에서 듣는 '빗방울 전주곡'이

빗방울 톡 아련한 그리움 톡톡~

잠시 잠깐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같은 음을 규칙적으로 울적하게 반복하는

왼손의 반주가 빗방울 소리와 닮았다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전주곡 24개 중

15번째 곡의 별칭이랍니다

쇼팽은 전주곡들의 번호만 붙였을 뿐인데

곡의 유명세를 타고 빗방울이라는

감성적인 별칭이 똭~붙었다죠


쇼팽보다 여섯 살 연상에 두 아이가 딸린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연인으로 지내던 시절

강인하고 자유분방한 상드는 여리고 섬세한 쇼팽을 어머니의 사랑으로 감싸 안은 것으로 유명하죠


심한 천식을 앓던 쇼팽은

따뜻한 스페인 남쪽 마요르카 섬으로

연인 상드와 함께 요양을 위해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상드의 아들 모리스와 딸 솔랑주도 동반했다죠


섬으로 가는 길은 즐거운 항해였으나

정작 마요르카는 생각보다 날씨가 좋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쇼팽과 상드를

마을 사람들이 곱게 보아주지 않은 데다가

쇼팽의 건강이 갑작스럽게 악화되어

폐결핵 진단까지 받게 되자

폐결핵 환자인 쇼팽을 꺼려하는 분위기라

쫓기다시피 마요르카 섬 북쪽에 있는

어느 수도원으로 가게 되었다고 해요


여러 가지 상황이 좋지 않아 몹시 울적하고

상드는 식료품을 사러 외출했는데 비는 내리고

혼자 남아 빗소리 들으며 상드를 기다리던

쇼팽은 톡톡 떨어지던 빗방울이 폭우로 바뀌자

빗길에 고생할 상드를 생각하며 이 곡을 썼답니다


여리고 가볍게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가

먹구름과 천둥과 번개까지 몰아오고

점점 세찬 빗줄기로 굵어지다가

다시 잦아들며 여리고 가벼워집니다


시작은 빗방울 톡톡 청량하지만

듣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곡이죠

연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발돋움하다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연인을 생각하며

점점 초조해지는 쇼팽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맑은 나의 음악은 모두 그녀 덕분이고

내가 지치고 고독할 때마다

그녀의 눈길과 미소가 다가온다'

상드를 향한 쇼팽의 마음이 그대로 담깁니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빗줄기는 세찬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데

기다리는 연인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며 내다보고 또 내다보며

사랑하는 이의 우산이 되어주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 후드득

마음을 두드리는 듯해요


폭우를 헤치고 밤늦게 상드가 돌아왔을 때

쇼팽은 눈물로 연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창밖의 빗소리가 쇼팽의 음악에 스며들어

짙은 슬픔을 표현하고 있었다'고

상드는 회고록에 썼다고 해요

그날의 비가 상드에게는

쇼팽의 눈물비였던 거죠


물론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하지는 않았답니다

9년을 함께 한 두 사람의 사랑은

안타깝게 끝이 나고

상드와 헤어진 2 년 후 39세의 쇼팽은

이 세상과도 작별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이별한 이유가

딸 솔랑주 때문이라고도 하고

상드의 오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쇼팽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장례식에

상드가 얼굴을 보이지도 않았다고 하지만

상드의 시 '상처'에 나오듯이

그들도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치열한 사랑을 했던 것일 뿐~


'꽃을 꺾기 위해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영혼의 상처를 견뎌낸다

상처 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 받는 것이므로'


상드의 시처럼

세상의 모든 사랑은

상처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죠

이 여름을 보내기 위해

뜨거움을 견뎌내야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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