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76 빈 의자를 준비합니다
커피 향 가을이 오고 있어요
여름을 서둘러 보내려는 듯
빗줄기 부지런히 흩뿌리는 아침
이른 가을을 맞이하는 빈 의자 사진이
톡톡 빗소리 안고 날아옵니다
커피 향 머금은 가을빛 내려앉는
빈 의자에 앉아 달다구리 커피 한 잔
종이컵에 마시면 딱 좋을 분위기네요
지구 환경을 생각하면
종이컵 하나라도 줄이는 게 마땅하지만
그리움이나 외로움 같은 애틋한 감정들은
때로 종이컵처럼 가벼웠으면 좋겠어요
보리수 큰언니의 마음이
바람처럼 잠시 머무르는 의자에는
새콤달콤 지윤이의 향기가 남아 있어요
지윤이의 고사리손 잡고 걷던 길을
혼자 걸으며 마음만 함께 하는 시간이
빈 의자처럼 휑하실 듯해서
쌉싸름한 커피에 달콤 향긋함까지
듬뿍 넣은 사랑의 커피 한 잔
말없이 건네고 싶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죠
얼마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지윤이가 첫눈처럼 살포시 다녀갔답니다
'엄마 품에서 떠나온 지윤이가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좋아했지만
그 조그만 새가슴으로
엄마가 얼마나 그리웠겠어요
밤이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내 가슴속으로 파고들던 작은 파랑새~
즈이 엄마 만날 날을 손가락 꼽아가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파랑새처럼 휘리릭 날아갔답니다
지윤아 잘 가 사랑한다~했더니
자기가 날 더 사랑한다면서
꼭 안아주고 가네요
이쁘고 사랑스러운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더 사랑한다는 지윤이의 한마디에
열흘 남짓 이쁜 고집을 다 받아주고
안아주고 놀아줘야 했던 피곤이
눈 녹듯 녹아내리고
지윤이가 다녀간 빈자리가
이내 그리움으로 가득 차네요
소중한 뭔가를 손에 쥐고 있다
스르르 놓친 기분이 이렇겠지요'
지윤이는 가고
지윤이 대신 가을이가
빈 의자를 잔잔히 채워줄 테죠
애써 보내지 않아도
여름은 제 갈길 알아서 가고
어서 오라 손짓하지 않아도
가을은 바람에 밀려 다가오는 거죠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고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면 알아서
와 주는 것이 바로 그 때라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어요
애면글면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오고 또 가는 것이
자연의 발걸음이니까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이
커피 한 잔의 여유 아니겠어요
오늘 한정 종이컵에
달다구리 삼박자 커피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