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52 엄마의 가을
나뭇잎 흩날리듯
길을 걷다 우연히
밑동만 남은 가로수를 만납니다
애처로운 마음에 그 근처를 서성이다가
빨강 노랑 나뭇잎들을 정겹게 품에 안은
엄마 미소를 만납니다
세월에 짓무르고 뭉개지고 문드러져
납작하게 옹이로 남은 상처투성이
얼룩무늬 나무 방석이 엄마 품인 듯
바람에 떨어진 이웃 나무 나뭇잎들이
딸인 듯 아들인 듯 놀러 와
살며시 내려앉아 있어요
한때 파릇파릇 희망의 새 순으로 돋아나
지나는 이들에게 봄날의 설렘을 주고
한여름 무성한 그늘을 드리우며
더운 햇살을 가려주기도 하고
비가 오면 또로록 빗방울도 떨구며
초록빛 고운 감성과 위로를 건네던
포근하고 다정한 한 그루 나무였을 텐데
어쩌다 병이 들어 가을빛으로 물들기도 전에
납작한 나무 방석이 되고 말았을까요?
가을이 곱게 물들어가는 가로수
줄지어 늘어선 큰 길가에
이가 빠진 듯 납작 비어버린
나무 방석 자리를 지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에 잠시
습관처럼 서성이곤 합니다
그 자리는 엄마의 가을 끝자리 같아요
시들고 기울고 저물어 더 내놓을 것도 없이
푸석푸석 납작해져 버린 엄마의 가을이
얼룩진 나무 방석 위에 머물러 있는 듯
마음이 시리고 아릿합니다
줄기도 나뭇잎도 다 내어주고
겨우 뿌리만 남아 얼룩진 그 자리까지도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들의 방석이 되어주고
지나가는 바람의 서성거림도 안아주는 듯
휑한 자리 얼룩진 상처의 흔적마다
부드럽고 너그러운 포근함이 가득합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나풀대는 바람결 따라
갈 곳 잃은 나뭇잎들이 수북이 쌓이고
쌀쌀한 빗줄기도 무수히 다녀갈 테죠
금빛 가을 햇살도 듬뿍 내려앉아
엄마의 가을을 어루만져 주기를
차가운 밤하늘의 별빛들도
아낌없이 눈부시게 쏟아져내려
가진 것 없이 텅 빈 엄마의 가슴이
더는 휑하지 않고 따사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