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76 겨울을 마중합니다
가을을 배웅하며
해 저무는 시간이 쓸쓸한 이유는
저마다 다를 거예요
해 저무는 시간 쓸쓸함의 깊이도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해 저무는 시간 쓸쓸함의 빛깔은
아마도 거의 비슷하겠죠
곱고도 애잔한 저녁놀 빛으로
눈에 스며들어 마음을 적실 테니까요
해가 저무는 곱고도 쓸쓸한 시간에
엄마랑 잠시 저녁 바람을 맞았습니다
푸르스름 저녁 어스름을 안고 바람이 불어오자
얼마 남지 않은 단풍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애기 단풍잎이 떼구루루 굴러갑니다
엄마가 오소소 추운 목소리로
아이쿠 날아가겠다~중얼거리시기에
걱정 마시라고 내가 웃으며 덧붙였어요
나뭇잎은 날아가도 사람은 안 날아간다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엄마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십니다
나뭇잎만도 못한 인생인데~라구요
애기 단풍잎 고운 붉은빛이
슬픔인 듯 설움인 듯 안타까움이 되어
아롱아롱 가슴에 얹히고 말았어요
엄마의 허무한 말씀처럼
그렇군요~나뭇잎만도 못한 인생이니
바람 한 자락 휘이 불어오면
잎새 떨어지고 하루가 저물고
가을이 가고 금세 겨울이 옵니다
엄마랑 초저녁 바람을 안고
애처로이 흐트러지는 낙엽을 밟으며
성급한 겨울을 마중하는데
엄마의 걱정이 뒤를 이어요
저걸 다 어쩌면 좋아~
아파트 화단 곁에 놓인
낙엽이 가득 담긴 마대자루들을
묵직한 안쓰러움으로 바라보시며
엄마는 가을을 배웅하십니다
애잔한 목소리로
저걸 다 어쩌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