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77 너에게 가는 길

낙엽 길이든 꿈길이든

by eunring

연분홍 봄날 벚꽃비 아련히 흩날릴 때

그리움 안고 너에게 가지 못한 길

한여름 퍼붓는 작달비 맞으며

우신 대신 비꽃 한 송이 들고

너를 만나러 가지 못한 길


길고도 짧은 인생에 후회가 없으면

그 무슨 재미냐고 하지만

만나고 헤이지는 모든 순간처럼

오고 가는 우리의 계절에도

어김없이 흩날리는 후회가 있지


사뿐사뿐 고운 꽃길 밟으며

너에게 가지 못해서 미안해

비가 멈춘 서쪽 하늘에

떠오르는 무지개다리 밟으며

너를 만나러 가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바스락 낙엽 길 밟아 너에게 가면

너는 바람의 향기로 나를 반길까

손 내밀어 반기고 웃음으로 맞아줄까

행여나 추울까 봐 어서 들어오라며

서둘러 문을 닫는 네 뒤에서

보글보글 뽀그르르 찻물이 끓어오르는

다정하고 따사로운 소리가 날까

찻물 끓어오르는 소리가

위안으로 다가올까


보송한 꿈길 걸어 너에게 가면

너는 꿈결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반길까

와락 끌어안으며 훈훈 미소로 맞아줄까

깨고 나면 물거품 되어 사라지더라도

얼굴 보고 눈인사 나누었으니

바스락 낙엽 길이든 보송 꿈길이든

만났으니 되었다고 웃을 수 있을까

다시 헤어지더라도

잠시 함께였으니 기쁘고 행복할까


낙엽 길이든 꿈길이든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바람을 끌어안고 가는 걸음마다

설렘도 한 발자국 그리움도 한 발자국

걸음걸음 애틋한 사랑도 서너 발자국


바람길 따라 돌아서는 모퉁이마다

금빛 햇살 눈부시게 쏟아져내리고

너를 만나 웃음 나누며 마시는 차 한 잔에

고단함이 풀어지고 평온함이 젖어들 거야

낙엽 길이든 꿈길이든 너를 만나

함께 한 순간의 힘으로

나는 다시 웃으며 힘을 낼 거야


지금 못 가면 또 어떠리

하얀 눈 소복소복

온 세상을 포근히 덮을 때

눈길 밟으며 너에게 가도 되는 것을


너를 향한 내 마음은 꽃길이든

바람길이든 낙엽 길이든 눈길이든

어젯밤 꿈길이든

이미 너에게로 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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