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17 사라지지 않아요
기억 속에 머물러요
비우면 가벼워지고
물러서면 훌훌 자유롭고
내려놓으면 평온해진다는
말은 참 쉽죠~그러나
비우고 물러서고 내려놓기가
말처럼 쉬운가요 어디~
보면 갖고 싶고
만나면 함께 있고 싶고
곁에 있으니 지키고 싶고
손안에 없으면 무척이나 아쉬운 것이
마음으로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우리네 마음이니까요
보이지 않는 점으로 시작해
미인의 눈썹 닮은 초승달이 되었다가
빈틈없이 가득 차오른 보름달도 되었다가
거침없이 덜어내는 그믐달도 되어가며
바라보는 이들에게 덧없음을 건네고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고
부질없는 하소연을 하게도 하지만
다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달은 늘 우리 곁을 맴돌고 있어요
설렘 안고 피어나는 꽃망울도
활짝 핀 고운 한때를 지나면
스스로 이울어 고개 숙이고
바스락 소리도 없이 바닥으로 내려앉지만
그렇다고 꽃 진 자리에 향기로이 맺힌
추억의 열매까지 사라지지는 않아요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 속에 머물러요
그러니 비우고 덜어내도 괜찮아요
가벼운 걸음으로 한 걸음 물러서면
그 순간 문득 보이는 것도 있으니
때로 머뭇거리며 뒷걸음질도 괜찮아요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멀리 볼 수 있고
가까이 있을 때 미처 몰랐던
애틋한 그리움이 깊어지니
그 또한 괜찮은 거죠
눈에 안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나란히 걸을 수 없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아요
잊지 않으면 언제라도
마음 안에 늘 함께 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