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25 정다운 모녀 나무

엄마나무 곁에 딸 나무

by eunring

엄마네 아파트 화단에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사이좋게 서 있어요

큰 나무를 볼 때마다 엄마는

얼마나 큰지 몰라~감탄을 하신답니다


겨울이라 잎이 다 떨어져

어떤 나무인지 알 수가 없는데

아마도 느티나무일 것 같아요

봄이 오면 파릇파릇 새 순이 돋아나고

금방 무성한 초록 그늘을 드리우다가

가을에는 고운 단풍이 드는 느티나무는

결이 곱고 단단해서 쓸모가 많은 나무죠


아버지 닮았을까? 하고

엄마에게 물었더니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시다가

이렇게 중얼거리십니다

나무가 사람 닮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시네요

나무더러 아버지 닮았다는 내 말이

아마도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엄마 생각에는 큰 나무보다

아버지가 더 큰 나무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냥 큰 나무라고 부르기로 하고

큰 나무 곁을 지날 때마다

엄마랑 입을 모아 감탄하곤 합니다

우와 진짜 큰 나무다~


그런데요 큰 나무 곁에는

쪼꼬미 나무가 앙증맞게 서 있어요

그러고 보니 엄마 나무와 딸 나무 같아요

정다운 모녀 나무를 바라보며

엄마랑 나 같다 모녀 나무야~


내 말에 엄마가 또 흥칫뿡 하십니다

'모녀 기타'라는 노래는 있어도

모녀 나무는 없다~십니다

'모녀 기타'라는 노래를 불러보시라 했더니

가물가물 기억이 안 난다시네요


그래서 엄마와 나는

정다운 모녀 나무를 바라보며

서로 딴생각을 합니다

엄마는 가물가물 모녀 기타

나는 정다운 엄마나무 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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