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29 속 빈 강정
커피 친구 유과
설날 뒤끝 매콤 추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봄이 꿈틀거리는 소리 들리고
명절 뒤끝 허전한 마음 달래고 다독이듯
빛깔 고운 유과가 몇 개 남아 있어요
손가락 강정이라고도 부르고
손가락 유과라고도 부르는
달콤하고 바삭한 유과 몇 개를
바닐라라떼와 함께 엄마에게 대접합니다
엄마는 소녀 취향이라
분홍 과자를 먼저 집어 드시네요
누에고치 닮았다고 중얼거리시는데
오~정말 그렇군요
갸름한 손가락처럼 길쭉하고
동글동글 사랑스러운 분홍 노랑 하양 유과가
빛깔 고운 누에고치를 담았어요
잔칫상에 오르는 전통 과자 유과는
색동 소매처럼 알록달록 빛깔이 곱고
바삭하게 부서지다가 입안에서 사르르
달콤하게 녹아드는데 속이 비어서
실속 없이 겉만 그럴듯한 것을 비유하는
속 빈 강정이라는 속담을 가졌어요
기름에 튀길 때 부피가 늘어나면서
속이 텅 비게 된답니다
그래서 속 빈 강정~
쌀과자를 만들어 말려
기름에 튀긴 후 꿀이나 조청을 바르고
튀밥 옷이나 깨 옷을 곱게 입힌 유과는
동그랗고 기다란 것은 강정이라 부르고
납작하게 네모난 건 산자라고 부른답니다
손가락 유과보다 반듯하고 어른스럽고 듬직한
네모 산자가 좀 더 깊은 맛을 품고 있지만
소녀 취향 엄마는 반듯하게 네모난 산자보다
손가락 유과를 더 좋아하시는데요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 퍼주고 껍데기만 남은
속이 텅 빈 강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노랑 손가락 유과 하나 집어 들고 먹으려다
슬며시 내려놓고 엄마에게 양보합니다
분홍이도 노랑이도 하양이도
달달하고 예쁜 것은 다 엄마가 드셔야죠
사르르 맛나게 드시는 엄마 곁에서
나는 그냥 커피만 홀짝홀짝
그것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