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52 봄날을 적시는 눈꽃비

봄눈 봄비 꽃눈

by eunring

산 아래 친구가 봄날을 적시는

차분한 봄눈 소식을 전해왔어요

창밖을 내다보니 울 동네는

봄눈이 아니라 봄비 촉촉입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산 아래 동네에는 봄눈이 펄펄

강변 동네에는 봄비가 보슬보슬입니다


우산을 쓰고 동네 한 바퀴 돌아봅니다

비 오는 날 더욱 향기로운 커피도 한 잔 사고

동네에 피어나는 봄꽃들에게 인사 건네고

아직은 빈 나뭇가지에 방울방울 맺혀 있는

투명한 빗방울들과도 눈인사 나누며

산 아래 동네에 내리는 봄눈과

강가 동네에 내리는 봄비의

오랜 사랑과 우정을 잠시 생각합니다


친구와 내가 한창 철부지 시절

딱 이맘때 봄눈 펄펄 휘날리던 교정에서

이제 마악 수줍게 노란 꽃잎 피워내는

개나리 꽃 이파리 머리에 꽂고

나풀나풀 봄눈 꽃눈 놀이에 빠져

수업시간에 조금 늦었던 생각이 납니다


봄눈처럼 차갑고

봄비처럼 따뜻하시던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늦은 철부지들을 향해

안경 너머로 슬며시 웃어주시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아련하고

더욱 애틋해지는 봄날의 순간입니다


그렇군요

돌아보면 아픈 기억도 많지만

좋은 순간들도 별처럼 반짝이며

행복의 손짓으로 나를 반깁니다


물론 앞을 향해 나아가야죠

그러다 가끔은 멈추어 뒤를 돌아보며

푸른 구슬이 되어 빛나고 있는

곱고 사랑스러운 지난 순간들과

마주해야 하는 거죠


그 순긴들의 힘으로

지금의 내가 있고

또 내일의 내가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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