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56 수줍은 사랑
시클라멘은 사랑입니다
가을부터 봄까지 한참 동안
쉬지 않고 가냘픈 꽃대들이 올라와
핑크빛 나비를 닮은 꽃이
수줍게 피고 지고 또 피는
불꽃나비 시클라멘은 사랑입니다
꽃잎이 나풀나풀 하늘로 날아오르는
나비인 듯 사랑스럽게 나풀대고
은빛 무늬가 제맛대로 삐뚤빼뚤 섞인
진초록 싱그러운 잎사귀들은
심장을 꼭 닮은 하트 모양이라서
꽃말도 수줍은 사랑인가 봐요
질투라는 꽃말도 있는데
수줍은 사랑도 찰랑대며 넘치면
질투가 되기도 하니까요
알뿌리에서 잎과 꽃대가
사이좋게 연달아 올라와서 늦은 봄까지
사랑스러운 꽃을 피우는 시클라멘은
선녀가 벗어던진 옷이라는 말도 있고
화톳불의 불꽃을 닮은 꽃이라고도 하고
성모의 심장이라는 애칭도 가졌답니다
시클라멘이라는 이름은
잎과 알뿌리의 모양이 둥근 것에서 온 거라죠
돼지가 꽃과 뿌리와 줄기를 잘 먹는다고 해서
돼지빵이나 돼지만두라고 불리기도 한다니
그 또한 재미납니다
가녀린 꽃대가 쑤욱 올라와
돌돌 말린 나선형 꽃망울이 맺히자마자
수줍은 듯 바로 고개를 숙인답니다
꽃술을 내보이지 않고 살며시 숨기는
수줍음까지도 사랑스러워요
불꽃나비 닮은 또랑또랑한 꽃도 곱지만
하트 모양의 진한 초록 잎도 보기 좋아요
꽃이 시들어가며 열매 닮은 씨앗주머니를 맺고
씨앗주머니가 벌어지면 알알이 구슬 같은
씨앗 알갱이들이 또로록 톡톡 떨어진답니다
햇빛을 좋아해서 햇빛이 부족하면
꽃이 잘 피지 않는 시클라멘은
공기 정화에도 제법 도움이 되는데
여름이 오면 훌훌 잎을 떨구고
깊은 여름잠에 들어간답니다
늦은 봄 꽃이 지면 물 주기를 멈춰야 한대요
알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서늘한 그늘에 두고
선선한 가을바람 타고 잠에서 깨어나
꼬물거리며 새 순과 새 잎이 나올 때
밝은 햇살 아래로 옮겨주면
다시 잎이 나고 꽃대가 올라온답니다
그런데요
시클라멘의 잎과 꽃에 물이 닿으면
쉽게 썩거나 상하기 때문에
물뿌리개로 물을 주면 안 되고
화분 아래로부터 물이 스며들게 하는
저면관수를 해준다는군요
겨울꽃 시클라멘을
봄날 눈부신 햇살 아래 바라보며
마음만이라도 나비처럼 훨훨
맘껏 날아봅니다
불꽃나비 닮은 꽃이 지고
시클라멘이 여름잠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모두 자유로이 마스크 벗어던지고
세상 한복판으로 날아오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