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59 마음을 달래주는

산에 사는 진달래

by eunring

엄마랑 아침이면

아파트 안마당을 한 바퀴 돌아요

안마당은 집 안의 안채 앞에 있는 마당이니

엄마네 아파트 동 앞마당이 안마당인 셈이죠


커다랗게 동네 한 바퀴도 아니고

조금 줄여 아파트 앞마당도 아니고

한눈에 들어오는 아늑한 안마당을

더도 말고 덜도 아니고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엄마랑 봄꽃 구경을 합니다


조용조용 소리도 없이

노란 산수유 먼저 피어나더니

새하얀 매화가 고요히 뒤 이어 피고

매화의 해맑은 미소 곁에서

목련도 손톱만큼씩 꽃망울을 맺으며

조르르 해님 바라기를 하고 있어요


백목련 꽃망울은 상아색 손톱이고

자목련 꽃망울은 보랏빛 손톱을 내밀고 있어서

어느 꽃 빛깔이 더 예쁜지 엄마에게 여쭈었더니

대답 대신 고개를 내저으십니다

둘 다 예쁘다는 말씀이신 거죠


묻는 내가 철없어요

백목련은 백목련대로 귀하고

자목련은 자목련대로 소중한데

굳이 순서를 매겨보라는 내가 어이없어

나도 그만 멋쩍게 웃고 맙니다


백목련 곁 차분한 라일락도

어느새 비죽 연보랏빛 꽃망울을 내밀고

조신한 매화 언니 곁에서

배시시 소녀 미소 머금고 있는 영춘화는

다급한 마음에 잎보다 먼저 꽃신을 신고 옵니다


나란히 줄 서 있는 벚나무들도

연분홍빛 팝콘 같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군요

금방 바람에 날릴 벚꽃잎을 상상하면

마음은 어느새 벚꽃비와 함께 나풀댑니다


이만하면 소박한 꽃구경이고

작지만 아기자기 사랑스러운 꽃대궐이죠

엄마랑 함께 나란히 손 잡고

산에 사는 아기 진달래를 보러 가지 못해도

친구님이 건넨 사진 속에서 잔잔히

투명한 분홍빛 감성으로 피어난

깊은 산속 진달래랑 눈인사 나누며

오늘도 활짝 웃어봅니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엄마네 아파트 안마당에서도

진달래 사촌동생 철쭉꽃이 금방 피어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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