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75 야래향을 아시나요

기다리는 사랑

by eunring

우리 집 베란다 몇 안 되는 화분 중에

키다리 삼총사가 있어요

커피나무가 제일 키가 크고

그다음 야래향(夜來香)이고

그다음 애기동백이랍니다


야래향이라는 이름이 눈길을 끌어요

밤에 피는 재스민이라고도 불리는 야래향은

키가 크게 자라는 덩굴식물이라서

베란다 가장자리에 놓는 것이 좋다는데

더 큰 커피나무에 밀려 이인자가 되었죠


우리 집 야래향은

아직 꽃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실물 영접은 못했으나 주워 듣기로는

야래향 꽃은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줄기를 따라 작고 귀여은 별 떨기 같은

연둣빛 살짝 스며든 하얀 꽃들이

밤하늘 뭇별들처럼 무수히 피어난다는데요


아침이면 갸름한 꽃봉오리가 오므라들었다가

밤에만 활짝 피어나 향수를 쏟아부어 놓은

진하고 달콤하고 신비로운 향기를

멀리까지 보내고 또 보낸답니다

재스민 닮은 향기를 마구 흩트리다가

날이 밝아오면 향기와 꽃잎을

새초롬 닫아버리는 거죠


진한 향기에 비해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모기가 야래향의 향기를 싫어한대요

싫어한다기보다 달콤하고 진한 향기에 취해

비틀비틀 달아나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야래향은 모기를 무찌르는

고마운 식물이랍니다


아직 꽃은 피어나지 않았으나

훌쩍 키가 큰 초록 줄기와

갸름한 이파리에서도

은은한 향기가 피어날까요?

가까이 다가가 가만 눈을 감고

향기를 맡아봤더니

초록빛 풀향기 폴폴입니다


그런데요

잎과 열매에 독성이 있어서

어린아이와 반려견이 있는 집에서는

조심해야 하는 식물이래요

다행히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고

우리 집에는 반려견이 없으니

야래향의 안심존입니다


기다리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야래향은 밤에 피어나

달콤하고 진한 향기 내뿜는 꽃이라

기생초라는 별명을 가졌답니다


물과 햇빛을 좋아하는 야래향을

햇살이 잘 들어오는 베란다 가장자리에 두고

자주 물을 주어야겠어요

여름이 오면 야래향 별꽃들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내 마음이 사랑입니다


야래향 꽃을 기다리며

청아한 목소리로 등려군이 부르는'야래향'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노래로

꽃 향기를 대신합니다


'달 아래 꽃들은 모두 잠들고

오직 야래향만이 향기를 뿜고 있어요

아득한 이 밤이 좋아요

이 밤 꾀꼬리 노랫소리도 좋고

꽃 같은 꿈속에서

야래향 꽃을 품에 안고

달콤한 향기를 맡는 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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