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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pr 30. 2023

초록의 시간 566 친구라는 이름은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비가 오면 빗줄기를 타고

바람이 불면 바람의 손을 잡고

햇살 쨍한 날에는 선명한 그림자 밟으며

친구에게 가고 싶어요


꽃이 아무리 곱고 예뻐도

언제 피었냐는 듯 흔적 없이 사라져

사진첩 속 사진으로만 남고

초록이 제아무리 좋아도

스스로 지쳐 시드는 날이 오고

햇살이 밝고 환할수록

그림자는 진하고 깊숙해집니다


반짝이는 별들도 까무룩 졸다가

살포시 잠들 때가 있고

한자리에 굳게 선 나무들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을 테니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고

세상 편하고 좋은 자리가 제자리

지금 여기 이 순간 바로 이 자리라지만

에라 모르겠다

이도 저도 나도 버리고 나 몰라라~

달아나고 싶은 마음을 어쩌지 못해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리나 봅니다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보며

친구라는 이름을 생각합니다

친구는 마음의 그림자일까요

이어져 있으나 겹치지는 않아서

서로 의지가 되기는 해도

짐이 되지는 않으니

버겁지 않고 그저 고마울 뿐~


비가 오면 묵직한 우산 대신

나풀나풀 비옷을 펄럭이며

예쁜 장화를 신고 빗방울 톡톡

친구를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맑은 날에는 선크림 대신

온 얼굴에 고운 미소를 바르고

친구를 만나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러

가벼운 걸음으로 길을 건너고 싶어요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결 따라

징징대는 마음 위에 모자를 눌러쓰고

울적함도 살며시 모자 안에 숨기고

환하게 웃으며 친구를 만나러 가고 싶어요


친구라는 이름으로 나를 찾아와

친구라는 이름으로 나를 바라보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머무르는

빛나는 별 하나를 향해 손을 내밀며

해맑은 봄날처럼 웃어봅니다


친구는 내 마음의 그림자

나는 친구 마음의 그림자니까요

내가 웃으면 친구도 웃고

친구가 웃으면 나도 웃고~


친구라는 이름은

눈부신 봄날의 햇살과

다정한 봄비의 속삭임으로

사랑스러운 웃음 보자기에 담겨

나를 만나러 오는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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