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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pr 25. 2023

초록의 시간 565 흐린 오후 달래기

일본 영화 '한낮의 유성'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 톡톡

이런 날은 영화 보기 좋음

라면 먹기 좋음 그리고

커피 마시기 좋음


빗방울 톡톡톡

꽃이파리처럼 흐트러지는 날

착한 영화와 라면과 커피는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3종 선물 세트임


영화도 영화 나름

어둡고 심각하고 묵직한 영화는 놉

봄날의 비 냄새와 어울리는

새콤달콤 순한 영화가 좋음


라면도 라면 나름

달걀 대신 콩나물 한 줌에

파 듬뿍 넣고 살짝 덜 익혀

먹는 동안 탱글탱글

면발이 살아있어야 제 맛이고

커피도 커피 나름

새콤 꽃향기에 상큼 과일맛을 머금은

맑고 개운한 커피가 좋음


그리하여~

흐린 날 더불어 흐려지려는 마음을

새콤달콤 에티오피아 커피 닮은 영화

'한낮의 유성'으로 달래 봅니다


흐린 날의 소녀감성이라 중얼거리여

상상 속에서 학창 시절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교복을 새삼스럽게 걸쳐 입어볼까요

물론 어울리지 않겠으나

잠시 거울을 안 보면 되니까요


반짝반짝 빛나는 설렘을 주는

상냥한 시시오 선생님(미우라 쇼헤이)

곁에서 지켜주는 동갑내기 츤데레 친구

마무라(시라하마 아란) 사이에서

순수소녀 스즈메(나가노 메이)가

서툰 걸음으로 사랑을 배워가는

청포도알처럼 풋풋한 이야기가

알알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자신을 바라보아주기를 바라는

남자친구 마무라에게

노력하겠다는 스즈메의 말에

지금보다 더 소중히 아껴줄게~라는

마무라  듬직합니다


체육대회 때

스즈메를 짹짹이라 부르는

시시오 선생님도 계주에 나가

마무라와 승부를 겨루게 되는데요

둘 다 이기는 데 진심입니다

스즈메를 향한 마음으로

얼굴이 못생겨지도록 달리고 달려

홍팀 마무라가 이겨요

힘내라고 외쳤으나 스즈메는

누구를 향한 건지 스스로 알지 못하고

갸웃거리고 또 머뭇거립니다


머릿속이 온통 스즈메뿐이고

함께 있을 때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무라와

그동안 솔직하지 못했다며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시시오 선생님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거라는

솔직한 사랑의 감정을 스즈메는 깨닫습니다

'누가 뭐래도 선생님은 내 첫사랑이었다'는

스즈메가 지금 가장 아끼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순정만화가 원작이라죠

스즈메처럼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 '한낮의 유성'은

나부끼는 신록의 싱그러움과 

나뭇잎 사이를 스치고 지나는

햇살의 눈부심으로 일렁입니


영화를 마무리하듯 스즈메가 중얼거려요

'언젠가 보았던 한낮의 유성은

반짝반짝 빛이 나서 예뻤다

그런데 사실 그 별은 밤이나 낮이나

계속 하늘에 떠 있었 

언제나 거기에 있어준 

내가 본 건 그런 한낮의 별이었다'


날이 흐려서 한낮의 별을 보기 어려우나

별은 늘 그 자리에 있음을 기억하며

영화 '한낮의 유성' 후식으로는

햇살무늬 접시에

스마일 베이글을 준비합니다


평소에 단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상큼하고 달달한 영화에 어울리는

크림치즈와 딸기잼도 듬뿍 얹어

흐린 오후를 달래 보려 합니다


상상 속에서 잠시 걸쳐 입은 교복은~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답답해서

저만치 벗어던졌어요

이래 봬도 분수를 알고

분수를 지키는 '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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