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67 내 모자의 이중생활
핑크핑크해
어버이날을 준비합니다
아부지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지냅니다
하늘 여행 중인 아버지께는
중얼중얼 혼잣말 안부인사로
슝~ 어버이날 선물을 대신합니다
엄마를 위한 선물로는
모자를 샀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현금이 최고라지만
울 엄마에게는 바스락 종이조각 현금보다
눈앞의 현물이 먼저니까요
똑같은 분홍 모자를
두 개 샀습니다
쌍둥이냐고요? 아닙니다
하나는 울 엄마 꺼
또 하나는 내 것입니다
그리고 또
모자를 하나 더 샀습니다
깜장 모자로 한 개 더 샀는데요
이중생활자인 내 것입니다
꽃 같은 마음으로
꽃이파리 닮은 분홍을 좋아하시는
울 엄마 앞에서 나는
분홍 모자를 씁니다
엄마 눈앞에서
깜장 모자를 썼다가는
제발 모자 바꿔 쓰라~는
엄마의 폭풍 잔소리가 이어지니까요
그리고 나 혼자일 때는
깜장 모자를 푹 눌러씁니다
분홍과 깜장 내 모자의 이중생활이
엄마에게 드리는 마음의 선물입니다
내 취향이 아니지만
어버이날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똑같은 분홍 모자를 나란히 쓰고 핑크핑크하게 웃는 것이
사랑과 감사를 눌러 담은
내 마음의 선물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좋은 것보다
받는 이가 좋아하고
받는 이에게 좋은 것이
진심 선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