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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y 07. 2023

초록의 시간 567 내 모자의 이중생활

핑크핑크해

어버이날을 준비합니다

아부지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지냅니다

하늘 여행 중인 아버지께는

중얼중얼 혼잣말 안부인사로

슝~ 어버이날 선물을 대신합니다


엄마를 위한 선물로는

모자를 샀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현금이 최고라지만

울 엄마에게는 바스락 종이조각 현금보다

눈앞의 현물이 먼저니까요


똑같은 분홍 모자를

두 개 샀습니다

쌍둥이냐고요? 아닙니다

하나는 울 엄마 꺼

또 하나는 내 것입니다


그리고 또

모자를 하나 더 샀습니다

깜장 모자로 한 개 더 샀는데요

이중생활자인 내 것입니다


꽃 같은 마음으로

꽃이파리 닮은 분홍을 좋아하시는

울 엄마 앞에서 나는

분홍 모자를 씁니다


엄마 눈앞에서

깜장 모자를 썼다가는

제발 모자 바꿔 쓰라~는

엄마의 폭풍 잔소리가 이어지니까요


그리고 나 혼자일 때는

깜장 모자를 푹 눌러씁니다

분홍과 깜장 내 모자의 이중생활이

엄마에게 드리는 마음의 선물입니다


내 취향이 아니지만

어버이날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똑같은 분홍 모자를 나란히 쓰고 핑크핑크하게 웃는 것이

사랑과 감사를 눌러 담은

내 마음의 선물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좋은 것보다

받는 이가 좋아하고

는 이에게 좋은 것이

진심 선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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