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80 이름이 재미나요

커피 친구 쇠머리떡

by eunring

떡이냐 빵이냐 물으면

망설임 없이 빵이라고 대답합니다

몸은 튼튼하지 못하고 부실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빵빵하니까요


언제나 떡보다는 빵이지만

어쩌다 가끔씩 떡이나 약밥 생각이 나면

살림 마트 들를 때 찾아보는

아마도 할머니 덕분인 것 같아요

어릴 때 할머니가 구수하게 들려주시던

재미난 옛날이야기 속에는 늘

빵 아닌 떡이 들어있었으니까요


오늘의 커피 친구로

약밥 한 조각 초대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요즘 약밥은 너무 기름지고

내게 넘치는 단맛이라서 망설이다가도

살림 마트에 들를 때 약밥이 눈에 띄면

가끔씩 집어오곤 하는 것도

할머니 생각이 앞서는 까닭입니다


어릴 적 우리 할머니가 해 주시던 약밥은

그리 달지 않아도 고소하고 맛났어요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약밥을 먹던 추억은

언제 생각해도 기분 좋게 달달하거든요


살림 마트 약밥은

그나마 보송하고 덜 달고

포장도 작고 야무져 부담스럽지 않은데

눈에 띄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어요


약밥이 보이지 않으니

어쩌다 한 번은 동글동글 사랑스러운 꿀떡

어쩌다 한 번은 건강해 보이는 현미 절편

어쩌다 한 번은 팥소가 야무진 반달 송편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던

떡들을 집어 들며 할머니를 추억합니다


나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재미난 옛이야기들처럼

인생이 마구 신나지도 않고

구수하지도 않고 재미난 것도 아니라는

씁쓸한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기에

떡 한 조각의 추억 소환도 괜찮거든요


그런데요

올망졸망 떡들 곁에 오랜만에 약밥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덥석 약밥을 집어 들고

신나게 집에 돌아와 보니 아뿔싸~

약밥이 아니라 쇠머리떡입니다

혼자 피식 웃고 말았죠


쇠머리떡이라니

떡 이름이 참 재미나요

찹쌀가루에 밤이랑 대추와 호박고지

그리고 굵은 콩과 팥과 설탕을 넣어 버무려

시루에 찐 영양 만점 오곡찰떡인데

왜 하필 이름이 쇠머리떡일까요


떡을 쪄서 굳힌 후에 썰어내면

생긴 모양이 소머리편육을 닮아서

이름이 쇠머리떡이랍니다

소머리편육을 먹지는 않는 나도

편육 닮은 쇠머리떡은 먹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다 약밥인 줄 알고 사 들고 온

이름이 참 재밌는 쇠머리떡을 보니

생각나는 얼굴이 있습니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에 영양도 가득한

쇠머리떡 한 조각에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지난 추억 한 조각도 함께 합니다

소식 뜸해진 친구님이 언젠가

묵직하게 안고 온 쫄깃하고 맛있는 떡이

이름도 재미난 쇠머리떡이었거든요


재미난 떡 이름보다

재미나게 웃으며 지내던 지난 시간들이

문득 떠올라 마음이 애잔합니다

친절하고 상냥한 카톡 씨가 알려주는

그 친구님의 생일이 이 무렵이군요


언젠가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나

쇠머리떡 한 조각에 커피 한 잔

함께 나누며 웃을 날들이 오리라 기대하며

오늘의 커피 타임은 나 혼자 호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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