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83 오월의 장미
그리고 엄마의 잔소리
곱게 피어나는 오월의 장미와
어김없는 엄마의 잔소리가
꿀 조합은 아니지만 감사히 받아들입니다
장미 송이마다 사랑이 깃들어 있듯이
엄마의 잔소리에도 사랑이 담겨 있으니까요
외출하실 때는 반드시
항아리 뚜껑이라도 닫는 것처럼
머리에 모자를 쓰시는 우리 엄마와
아파트 담장에 맺힌 오월의 장미는
뾰족한 아픔의 가시를 무수히 참고 견딘
깊은 사랑을 품고 있으니까요
벌써 덩굴장미가 피었다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오월이지 벌써~라고
연거푸 중얼거리는데요
오월의 장미 첫 꽃봉오리를 바라보다가
뜬금없이 건너오는 엄마의 잔소리
모자 좀 써라~
장미와 모자가 무슨 상관이기에
사랑스러운 장미 꽃봉오리 앞에서
모자 타령을 하시는 걸까요
아침마다 입버릇처럼
모자 좀 바꿔 써라~성화를 하시기에
머리 자른 김에 아예 모자를 벗었더니
이젠 모자 좀 쓰라고 성화십니다
딸이 예쁜 모자를 쓰기를 바라시는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요
그렇다고 엄마표 분홍 모자를 쓰기는 좀~
모자를 안 쓰자니 나대는 봄바람이
시작도 끝도 없이 싱숭생숭~
엄마의 모자 타령을 들으며 바라보는
오월의 장미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줄지어 우르르 피어나 꽃으로 무성해질 테니
굳이 장미축제에 가지 않더라도
한동안은 눈이 즐겁고 마음이 환하겠죠
모자를 써라
모자 좀 바꿔 써라~
아침마다 엄마의 잔소리 듣는 것도 감사하고
초록이 진해지는 아침 풍경도 바라보기 좋아요
봉오리 맺힌 장미들이 줄지어 피어날 것을
상상해보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행복은 다만 생각이라고 하니까요
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이기를
곱고도 야무지게 맺힌
장미 꽃봉오리들이 하나둘 피어나듯이
하루하루가 곱게 피어나기를~
세상의 모든 하루가 날마다
설렘과 반가움으로 밝아오지는 않고
오월과 함께 피어나는 세상의 모든 장미가
송이마다 기쁨 안고 피어나기지 않겠죠
나를 향해 다가서는 것들이
모두 설렘은 아니고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기쁨으로만 반짝이지 않으니까요
내딛는 걸음이 가볍기를 바라는 것마저도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걸 알아가며
조금씩 철이 드는 나의 하루가
그저 별일 없는 하루하루이기를~
내일도 오늘처럼 어김없이
엄마의 반가운 잔소리가 이어지고
아파트 담장의 덩굴장미 몇 송이가
아픔을 견딘 해맑은 미소로 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