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95 칠월의 안부
보송보송 미소를 건넵니다
수줍게 고개 숙이고 피어난 꽃처럼
잠시 고개를 숙여봅니다
인사를 건넬 때는
살포시 고개를 숙이는 게 예의니까요
더위와 빗물 머금은 하늘이지만
반짝 햇살이 반갑게 고개 내밀고
연파랑 하늘도 빗살무늬로 다가서고
하얀 구름도 둥실 가벼워 보입니다
무더위 잔뜩 등에 지고
그래도 한 조각 맑음으로 다가서는
칠월의 하늘을 향해
나도 보송 미소를 건네봅니다
다정한 안부를 나눌 때는
말보다 미소가 먼저니까요
게으름 피우다 보니
낮이 길다는 하지도 훌쩍 지나고
하지가 지나면 떠도는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는 속담처럼
어김없이 장마가 들이닥쳐
지나는 구름마다 비를 퍼부었죠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더위가 밀려오면 더위를 핑계 삼아
비에 젖은 빨래처럼 눅눅한 마음으로
이래저래 미루던 한여름 안부를
반짝 햇살에 기대어 전해봅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도
이제는 의연히 웃어봅니다
헛바람 가는 데 뜬구름도 가고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 모른다지만
낮이 길고도 긴 하지가 지났으니
덥고 긴 낮시간도 조금씩 짧아질 테죠
모든 구름에도 한 줄기 은빛이 있다는 말을
오늘은 기꺼이 믿어봅니다
어느 바리스타님이 볶아 만든
드립 커피에 로스팅 날짜와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거든요
'제 드립 커피가
만족하게 대접받기를 희망합니다'
순수 청년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오늘의 드립 커피는 순하고 부드러워서
상큼하고도 기분 좋은 쌉싸름한 맛이
정답게 스며들었어요
은은한 커피 향기로 다가오는
바리스타 청년의 말을 빌어
칠월의 안부 인사를 건넵니다
나와 그대를 향해
인생이 전하는 오늘의 안부가
보송 구름이든 뜬구름이든 먹구름이든
그 어느 구름이라도
은빛 순간의 반짝임을 안고 있으니
만족하게 대접받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