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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Oct 25. 2022

초록의 시간 527 가을 수국이 전하는 말

변해야 산답니다

갑자기 파르르 추워진 아침

성급하게 패딩을 꺼내 입었다가도

밝아오는 햇살이 환한 미소로

따사롭게 어깨에 내려앉으면

아무 생각 없이 중얼거리며

그냥 웃습니다


가을볕이 밝고 환하고

따스해서 침 좋다~ 중얼거리며 걷다가 

바스락 말라가는 가을 수국 앞에서

발걸음을 멈춥니다


지난여름

장마와 함께 찾아온 나무수국 꽃이

말갛게 희고 고운 얼굴이더니

가을이 차갑게 영글어갈수록

얼굴빛이 푸스스  달라집니다


연두인 듯 분홍인 듯

두 빛이 아롱지며 섞인 듯

연두와 분홍이 서로에게 스며든 듯

애잔하게 시들어가며

햇살에 빛이 바래고

바람에 시달린 얼굴이 짠합니다


변함이 없다는 건

한결같다는 것인데요

얼굴빛을 바꾼 수국 꽃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결같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한 송이 수국 꽃이 살아남기 위해

가짜 꽃을 내 세우고 얼굴색을 바꾸듯이

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거죠

한걸음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는 거죠

단순 변심이 아니라 살기 위해

변하는 게 아니라 바꾸는 것이죠


계절도 바뀌며 흐르고

사람의 마음도 흘러가며 달라지고

그리하여 사랑도 머뭇머뭇

변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요


변해야 내 마음이 살 수 있다면

변해서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다면

살기 위해 변할 수밖에 없고

사랑하기 위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그 또한 이해하고 용서해야 하는 것임을

가을 수국에게서 배웁니다


빛이 바랜 듯 변하고

푸스스 물이 빠져 메말라도

살아있으니 고운 거라고

마음으로 어루만지며

또 중얼거립니다


살기 위해 변하는 거라면

괜찮아~변하고 또 달라지면

또 어떠리~살아내기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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