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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30. 2022

초록의 시간 530 겨울 무지개

서로의 마음에 깃드는

비 그치고 찬바람 파고드는 저녁

친구가 공항 가는 버스에서 만난

도봉산 무지개를 보내줍니다


친구의 순례길에

고운 걸음으로 앞장서는

도봉산 무지개는 사랑스러워요

가을을 배웅하고 겨울을 마중하듯

소리도 없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가을의 끝에서 만난 무지개 손끝에서

겨울의 빛이 새로이 반짝입니다

가득 채워지면 어쩔 수 없이

비우게 되는 마음의 길과

한껏 무르익으면 미련 없이 옷을 바꿔 입는

계절의 발걸음이 조금은 닮아 있어요


변하고 바뀌고 달라지는 순간

마음은 부대끼비우고 덜어내지만

계절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거침없이 제자리를 내어주고 또 찾아듭니다

계절이 자연스럽게 비우고 또 채워가듯

마음도 스스럼없이 덜어내고

다시 담아가는 법을 배워가면 좋겠어요


가을이 가랑잎 되어 접히는 자리

겨울 무지개의 작별 인사가

친구의 손짓인 듯 다정합니다

만나자 이별하는

가을과 겨울의 애틋한 우정을

고운 무지개가 이어주는 듯~


친구란 서로의 하늘에

곱게 떠오른 무지개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수히 바뀌는 계절의 사잇길 따라

인생이라는 순례길을 걸으며

때로는 손잡고

때로는 멀리서 손 흔들며

서로의 순례길을 지켜주며 응원하는

무지개로 깃드는 친구가 있으니

다행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어디서든 건강하고

어느 길을 걷든 균형 잃지 말고

순간의 기쁨으로 반짝이고

마음 평온하기를


저무는 계절의 마지막 걸음이

다음 계절의 첫날과 만나듯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순간들이

기쁨 다음에는 슬픔이 오고

서운함 끝에는 너그러움이 따르고

아픔을 견디면 평온함이 깃든다는 것을

우리 서로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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