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31 겨울로 갈아탑니다
커피 친구 랑드샤
가을을 타다가
겨울로 갈아탑니다
바람과 함께 바람을 타다가
바람에 밀리지 않으려고
겨울로 갈아탑니다
갈아탄다는 것은
타고 가던 것에서 내려
다른 것으로 바꿔 탄다는 거죠
탈것도 아닌데 가을을 타고
가을에 이어지는 겨울로 갈아탑니다
계절이 버스나 지하철은 아니죠
계절마다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환승도 아니고
가을에서 겨울로 갈아타는
환승역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환승 할인은 더구나 안 되는데
그래도 계절을 환승합니다
바람에 이리저리 나풀대는 가을에서 내려
바람을 피해 따스함에 푹 파묻히는
겨울로 환승합니다
낙엽비 우수수 쏟아지는 가을에서
첫눈을 기다리는 겨울로 갈아타기 위해
바람에 흩날리는 낭만적인 가을옷 벗어던지고
세찬 바람을 막고 피하고 가둘 수 있는
두툼하고 따스한 겨울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겨울로 갈아탄 김에
겨울을 포근하게 맞이하려고
하얀 겨울을 닮아 부드럽고 달콤한
휘핑크림을 듬뿍 얹은 라테 한 잔과
쌉싸름한 녹차 크림이 부드럽고
바삭 달콤한 쿠키 한 조각을 준비합니다
납작한 쿠키는 랑드샤랍니다
랑드샤라는 우아한 이름은
고양이의 혀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 어래요
나 잡아봐라~는 듯 길가에서
휘리릭 달아나는 고양이를 본 적 많으나
고양이 혀를 본 적은 없는데요
고양이의 혀를 닮아
납작하게 생긴 부드러운 과자를
랑드샤라고 부른다는군요
바삭하게 부서지는 달콤 쿠키에
새하얀 휘핑크림이 부드럽게 어우러져
기분까지 포근해집니다
평소에 휘핑크림은 빼고 먹지만
하얀 겨울을 반갑게 맞이하기에
송이송이 눈송이 닮은
보송한 휘핑크림이 어울립니다
휘핑크림 놉~이라는 부질없는 고집에서
가끔은 벗어나고 싶은 차가운 날
휘핑크림 듬뿍 얹은 고소한 라테를 마시며
입가에 산타 하부지 수염을 매달고
실없이 혼자 웃어봅니다
회색빛 냉정한 계절이지만
랑드샤 쿠키처럼 부드럽게 부서지고
쌉싸름한 녹차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드는
다정하고 보드레한 겨울날이기를
휘핑크림처럼 깊고 부드럽고
기분 좋은 겨울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