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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11. 2022

초록의 시간 532 몽글몽글 비엔나커피

그리고 무나물

오랜만에 만난 친구님들과

비행기로 슝~비엔나에 간 셈 치고

비엔나커피하우스에서

몽글몽글 비엔나커피 한 잔 마시고

덤으로 달콤 수다도 재미나게 털어내고

눈빛으로 하소연도 툴툴 덜어내고

집에 돌아와 뜬금 묻습니다


무나물 어떻게 만들어요?

비엔나커피 그리고 무나물

대체 뭔 상관이길래~

수다 뒤끝의 달콤 쌉싸래한 기분이

비엔나커피의 부드러운 휘핑크림처럼

달착지근 혀 끝을 맴돌고

마음이 말랑말랑 소녀스럽기만 한데

무나물은 웬?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날이 차가워지고

바람소리 드세지다가

아버지의 기일이 가까워오면

느닷없이 무나물이 먹고싶어져요

아버지와 함께 한 어린 시간들은

비엔나커피처럼 달콤하고

한겨울 무나물처럼 차갑거든요


솜씨 좋은 친구님이

솜씨 꽝인 내게 툭 건네는

담백한 무나물 레시피는

간단해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채칼로 무채를 썰어

냄비에 무채보다 더 많이 물을 붓고

처음부터 함께 끓이다가 소금과 마늘을 넣고

무가 익을 무렵 손질한 멸치를 한  넣어

3분 정도 끓이다가 잘게 썬 대파를 넣고

불을 끄면 끝!'이랍니다


그렇군요

무나물의 핵심은 멸치 한 줌인데

처음부터 넣으면 퍼져서

식감이 덜하답니다

무가 익을 무렵

멸치를 한 줌 넣는다~

밑줄 쫘악~


그런데요

무가 익을 무렵~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뜬금없이 낭만적이지 않나요

무가 익을 무렵~


창밖에서는 시린 바람 끝에

비엔나커피 휘핑크림처럼 흰 눈이

소복소복 소리도 없이 내리는데

달달하게 무가 익을 무렵

멸치 한 줌 툭~ 


무심한 듯 구수한 낭만이

보글보글 함께 익어가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만 같아요

무는 아직 씻지도 않고

무채도 썰기 전에

무가 익을 무렵~

사르르 낭만에 먼저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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