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32 몽글몽글 비엔나커피
그리고 무나물
오랜만에 만난 친구님들과
비행기로 슝~비엔나에 간 셈 치고
비엔나커피하우스에서
몽글몽글 비엔나커피 한 잔 마시고
덤으로 달콤 수다도 재미나게 털어내고
눈빛으로 하소연도 툴툴 덜어내고
집에 돌아와 뜬금 묻습니다
무나물 어떻게 만들어요?
비엔나커피 그리고 무나물
대체 뭔 상관이길래~
수다 뒤끝의 달콤 쌉싸래한 기분이
비엔나커피의 부드러운 휘핑크림처럼
달착지근 혀 끝을 맴돌고
마음이 말랑말랑 소녀스럽기만 한데
무나물은 웬?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날이 차가워지고
바람소리 드세지다가
아버지의 기일이 가까워오면
느닷없이 무나물이 먹고싶어져요
아버지와 함께 한 어린 시간들은
비엔나커피처럼 달콤하고
한겨울 무나물처럼 차갑거든요
솜씨 좋은 친구님이
솜씨 꽝인 내게 툭 건네는
담백한 무나물 레시피는
간단해서 더 반갑고 고맙습니다
'채칼로 무채를 썰어
냄비에 무채보다 더 많이 물을 붓고
처음부터 함께 끓이다가 소금과 마늘을 넣고
무가 익을 무렵 손질한 멸치를 한 줌 넣어
3분 정도 끓이다가 잘게 썬 대파를 넣고
불을 끄면 끝!'이랍니다
그렇군요
무나물의 핵심은 멸치 한 줌인데
처음부터 넣으면 퍼져서
식감이 덜하답니다
무가 익을 무렵
멸치를 한 줌 넣는다~에
밑줄 쫘악~
그런데요
무가 익을 무렵~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뜬금없이 낭만적이지 않나요
무가 익을 무렵~
창밖에서는 시린 바람 끝에
비엔나커피 휘핑크림처럼 흰 눈이
소복소복 소리도 없이 내리는데
달달하게 무가 익을 무렵
멸치 한 줌 툭~
무심한 듯 구수한 낭만이
보글보글 함께 익어가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만 같아요
무는 아직 씻지도 않고
무채도 썰기 전에
무가 익을 무렵~
사르르 낭만에 먼저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