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Nov 30. 2023

초록의 시간 633 첫눈 마중

그리고 엄마 마중

엄마 마중길에 첫눈을 만납니다

눈이라기보다는 진눈깨비

공식적인 첫눈은 이미 내렸으나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내 손등을 스치지 았으니

이번 눈이 내게는 첫눈인 셈입니다


내 눈에 보이는 첫눈이고

손등을 차갑게 스치는 첫눈이고

내 마음에 성큼 들어서는 첫눈이니

나의 첫눈이 분명합니다


붉고 노란 단풍잎 사이에서

나풀대는 하얀 눈가루를 찍어보려고

휴대폰을 들이미는 순간

앞에서 오던 젊은 엄마와

눈이 마주쳤어요


꼬맹이 마중 가는 듯

손에 귀여운 애기 우산을 들었는데

나처럼 눈을 찍고 싶었는지

휴대폰을 들고 허공을 향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거죠


아마 그 젊은 엄마에게도

이번 눈이 첫눈이었나 봅니다

꼬맹이에게 보여주고 싶었겠죠

너를 데리러 오는 길에

첫눈을 만났다며

보여주고 싶었을 테죠


우리는 마주 보며 빙긋 웃다가

서로를 스쳐 지났습니다

비슷한 마음을 지닌 사람을

잠시잠깐 스치고 지났다는

따사로운 생각을 하며

다시 휴대폰을 들고

포실포실 흐트러지는 눈가루를

마음에 저장합니다


이제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기다려야지 생각하는데

개구쟁이 꼬맹이 녀석이

두 팔을 날개처럼 마구 휘저으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릅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흩날리는 눈가루 몇 점에

썰매 탈 생각에 부푼 개구쟁이도

함박눈 생각하며 설레는 나도

주워 먹은 나이와 상관없이

철없기는 매한가지인데요


철없음도 용서가 됩니다

첫눈이니까요

펑펑이든 아니든

첫눈은 설렘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632 조금 부족합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