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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01. 2023

초록의 시간 634 다정한 시간

그대가 누구이든

그대와 나의

다정한 시간을 위해

파도소리 가득 소라껍데기 닮은

소금빵 하나를 준비할게


그리고

그대와 나의 마음이

환하고 맑고 투명하게 비치는

향기로운 커피를 나란히 놓을게

정성 가득 핸드드립으로


소금빵 두 개도 좋으나

한 개를 적당히 나누는 순간도

더없이 정겨우니 하나로 하자

빵칼 아닌 손으로 대충 나누어서

조금 크고 작음 상관없이

한 조각씩 먹기로 해


소금빵 위에 살짝 내려앉은

하얀 눈설탕 같은 소금 알갱이도

아끼듯 한 알 두 알 고소하게 녹이며

겨울 추위도 함께 녹이기로 하자


하늘과 바다를 닮은 청아한 커피잔에

찰랑이는 커피 향으로 스미는

지난 시간의 고마움과 오늘의 반가움

그리고 내일을 향한 반짝임 들을

소리 없는 미소와 함께 누리기로


더 많은 기대는 하지 말자

더 높은 꿈도 꾸지 말자

어떤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말고

서로를 향해 빛나는 햇살 되어

그냥 웃자


그대가 누구이든

그림자처럼 정다운 친구이든

보고 또 보아도 사랑스러운 연인이든

볼수록 안쓰러워 자꾸 보게 되는

또 하나의 나 자신이든

서로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자


지금 이대로 소금빵의 고소함과

아메리카노의 개운함과

서로에게 전해지는 따스함을

다정한 시간 속에서

욕심 없이 나누며

햇살 한 줌인 듯 웃어보자


기쁨과 행복

영원한 것이 아니고

먼 데서 오는 것도 아니고

결코 큰 것으로부터 오지 않으며


싸락눈처럼 한순간 반짝이다 

허무하게 녹아 흐트러지는

여리고 작고 소박한 것임을

우린 이미 알고 있으니


기쁨의 시간은 반짝

행복한 시간도 반짝반짝

순식간에 후다닥 지나가지만

다정한 시간은 따사로이 느리게

은은히 오래가는 것임을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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