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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an 15. 2024

초록의 시간 674 상냥함에 대하여

나에게 부족한 것들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게 더 많은 사람인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상냥함입니다


상냥한 마음씨

부드럽고 싹싹한 마음

친절하고 온화하고 살가운 마음인데요

그러니까 나는 싹싹하지도 않고

버들가지처럼 나긋나긋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고 살갑지도 않으니

무덤덤하고 무뚝뚝하고

까칠한 사람 맞습니다


어릴 적에는 도무지 철이 없어

상냥하게 말을 건네며 웃는

살가운 친구를 보며

가식이다 겉치레웃음이다~

속으로는 아마 딴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성급하게 지레짐작을 하곤 했어요

그 또한 편견이고 아집이었음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아갑니다


하얀 눈 속에 묻힌

겨울 이파리들 사이로

비죽 고개 내밀고 있는

푸르뎅뎅 잎 하나를 보며

잠시 생각합니다


상냥함은

나 홀로 푸르름이 아니라

함께 눈이불 덮을 줄 아는

살가움이고 현명함이고

자연스러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남들은 앞을 바라보려고 하지만

나는 나를 들여다본다'라고 말한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자연은 친절한 안내자이다

지혜롭고 공정하며

그리고 상냥하다'


상냥하고 친절한 마음씨가

자연에 가까운 거라는 생각을 하면

그렇지 못한 나는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자신의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못난 사람인 거죠


나는 못난이~ 라고 생각한다면

하얀 눈 속에서 굳이 고개 들고

자신을 드러낼 것이 아니라

눈이불 속에 살그머니 스며들며

이웃 이파리들과 부대끼기도 하고

사이좋게 젖어들기도 해야

나 홀로 푸르뎅뎅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요


차마 숨지도 못하는

푸르뎅뎅 잎 하나를 보며

눈으로 어루만져 줍니다

알아 네 마음 다만 혼자서라도

추위에 맞서려는 네 고집을 알아


그러나 때로는

고개 숙일 줄도 알아야 해

나인 듯 내가 아닌 듯

묻어갈 수도 있어야 해

그래야 덜 춥고

덜 외롭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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