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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an 20. 2024

초록의 시간 678 알고 보니 초록은

초록이 좋아서

이제 막 시작된 사랑을 말할 때

아직 천국의 녹색~이라고

표현한다는 말이 있다는군요

아직이라는 말이 걸리긴 해도

초록빛 사랑의 시작이라니

일단 설레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초록 무룩~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는 사랑처럼

변덕스러운 것이 바로

초록이라서 그렇게 말한다니

초록의 변심도 무죄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몬드리안이라는 화가는

초록을 아주 몹시 싫어했답니다

수직과 수평으로 이루어진

단순 격자무늬 그림 안을

색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노랑

그리고 무채색으로 채우면서

자연의 색이라는 이유로

초록은 아주 내다 버렸다고 해요


분명하고 명확하고 변하지 않는

단순한 직선의 세계를 추구하던 그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했다고 하죠

쉴 새 없이 변하고 또 변하는

자연의 무질서와 불안상징하는

초록이라 싫어했다합니다


칸딘스키의 집에 초대받은 그는

창밖의 나무를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등을 돌려 앉기도 하고

카페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때도

초록 나무를 눈에 두지 않으려고

자리를 바꿔 앉기도 했다는데요

정말 그랬을까요


꽃을 선물 받자마자 초록 잎을

하양 물감으로 칠할 만큼

아주 많이 초록을 싫어했답니다

아마도 그는 단순할수록

변하고 오래간다는 것을

알았던가 봐요


그러나 나는

초록을 좋아합니다

파랑과 노랑의 중간인

초록이 편안해서 좋아요

눈앞에 초록을 두지 않으려 했던

몬드리안에게 초록과 함께 세트로

미움받을지라도 상관없어요


옷도 편한 옷이 좋고

색도 편안한 색이 좋고

자리도 편한 자리가 좋고

사람도 편안한 사람이 좋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까요


언제부터 초록이 좋아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릴 때 좋아하던 크레파스 색이

파랑 초록 보라였던 생각이 나서

어린것이 차가운 색들을 좋아했구나

겨울아이답게 어려서부터

차고 외롭고 쌀쌀맞았구나

중얼거리며

혼자 웃곤 합니다


한때는 회색이 편하고

한때는 보라색을 좋아했으나

어느 순간 버거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서서히 초록에 물들게 되었죠

아마도 생명의 색이어서 그랬을까요

곰곰 생각해 보니 크게 앓고 난 후

초록에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초록은 내게 삶의 빛이고

위로를 주는 색이었던 거죠


자연을 물들이는 초록은

평온하고 고요하고 아름다우나

화학 염료로서의 초록은 불안정하고

변하기 쉬운 색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해요


구리 조각과 포도주의 찌꺼기로 

녹청색을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포도식초가 구리의 녹이 되면서

녹청색을 얻을 수 있었고

부자들만 누릴 수 있는 색이었다죠


게다가 인간이 만들어 낸 녹청색은

금방 갈색으로 변하는 단점이 있어서

만들기 어렵고 금방 변하는 녹색이라

신성한 색이 되기도 했고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초록색을 만들기도 했으나

위험한 독이 들어 있었다고 하는데

물론 오래전 사용이 금지되었답니다


알고 보니 초록은

평온과 불안 온화함과 변심

뜻밖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나

렁이니 설레고 변해서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초록은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동생이 무심히 건넨 녹색 옷을

편하게 입기 시작하며

옷도 초록 마음도 초록

차가운 겨울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이미 연초록 봄빛으로

잔잔히 물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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